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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이럴 때 쓰는 '보다'란 말은 우리말이 아니다. 우리말에서는 "작년보다 올해가 더 나아졌다"라든지, "앞산보다 뒷산이 더 높다"고 할 때 쓴다. 곧 어찌씨(부사)로서는 쓰지 않고 토씨(조사)로만 쓰는 것이다. 어찌씨로 쓰는 것은 일본말 'より'를 그대로 옮겨 쓴 버릇이 퍼진 때문이다.
"보다 용기를 내어서" 이런 말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은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여기 아버지와 아들이 밭에서 김을 매는데, 아버지가 아들에게 놀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라고 타이르는 말을 한다고 하자. "얘야, 벌써 하루해가 다 져간다. 오늘 이 밭을 다 매야 한다. 더 힘을 내봐라!" 이렇게 말했을 때 여기 나오는 말 "더 힘을 내봐라." 이것이 우리말이다. 아버지는 결코 "보다 힘을 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책에 씌어진 문장을 보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서" "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이런 말들이 예사로 나온다. 하도 이렇게 일본말투로 글을 쓰고 쓴 것을 읽다보니 이것인 우리말인 줄 알고 말을 할 때도 연설조로 나올 때는 "보다 용기를 내서" 하고 말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아직 일상의 말에서 이 '보다'를 어찌씨로 쓰지는 않는다.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힘차게" 이 올림픽 표어를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이렇게 고쳐놓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