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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우주의 모든 멜로듸

시옷_ 2008. 9. 8. 10:23

스탭 코드 세 번째 시간입니다. 이 달의 주제는 '우주의 모든 멜로듸'입니다. 사실 '우주'란 말은 온 세상의 모든 멜로디가 다 담겨있는 듯하다는 의미의 하나의 수사로서 사용했습니다만 약간 뜻이 잘 못 전달돼, 우주를 연상시키는 음악을 담고 있는 음반을 꼽아주신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래 있는 음반들은 다 좋은 음반들이고, 좋은 '멜로듸'를 가지고 있는 음반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멜로듸의 우주'에 여러분을 초대하겠습니다. 네,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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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ky's Zygotic Mynci [The Blue Trees] (2001/Beggars Banquet)

고끼스 자이고틱 먼키는 듣기만 해도 편애 모드가 작동하는, 개인적인 훼이보릿의 최상위에 있는 밴드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들을 배신하지 않았고, 그들 역시 해체하기 전까지 나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 마법사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70년대 영국의 포크 록이 아트 록으로 넘어갈까말까 하던 시절의 괴팍한 아름다움을 표현할 줄 알았던 이들의 음악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고 어쿠스틱해졌다. 그 변화의 정점이 이 [The Blue Trees] EP였다. 이 음반이 나온 후 본 공연 동영상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가득 별이 초롱초롱 매달린 밤하늘을 배경으로 울리던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 그리고 이를 따르는 소박한 멜로디는 우주 아래 당신과 나, 우리만의 시간을 노래하고 있었다. (김민규/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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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elo [Voodoo] (2000/EMI)

태초에 하나의 자그마한 공이 있었다. 마치 나무에서 흘러나와 응고된 고무 수액처럼 작고도 단단한 공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 미동조차 없이 그저 조용하게, 그 작은 공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 머물러있었기에 그 안에 사실은 꿈틀거리는 어떤 무엇이 있다는 것을, 공을 깨뜨리려고 격하게 몸부림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느 날 그 공은 깨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주가 새어나왔다. 공은 깨어져 우주가 되고 은하가 되고 성운이 되고 또 우주 어딘가에 끊임없이 흐르는 멜로디가 되었다.

디안젤로의 두 번째 앨범, [Voodoo]는 언제 들어도 마치 태초 이전을 머금은 듯 깊고 단단하기만 하다. 세상의 그 수많은 소리가 모여 자리를 잡아 멜로디가 되고 소음이 되기 전, 빅뱅 이전의 우주가 지니고 있던 채 다듬어지지 않은 아름다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앨범. (권민기/객원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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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 [The La's] (1990/Go! Discs)

하모니와 사운드를 밀치고 홀로 서려 비틀거리는 멜로디. 까칠한 살갗 위로 등뼈를 드러내는 깡마른 멜로디. 진리에 가까운 미적 간결성을 가진 완전무결한 60년대는 흉내조차 낼 수 없이 황폐하게 나뒹구는 신경쇠약 멜로디. 인간이 미치지 않고 이런 멜로디를 쓸 수 있을까. 불안과 예민으로 한 땀 한 땀 꿰맨 35분.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드는 팝송 12곡. (최훈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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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 Divioleta [Espejos] (2005/Siesta)

'우주의 모든 멜로듸'라는 이번 달 주제를 받고서는 대략 망연자실- 서울도, 한국도, 지구도 아닌 우주라니! (게다가 멜로디도 아니고 '멜로듸'!) 그 무지막지한 스케일이 전혀 감당 안 되는 관계로 하여 며칠간 남몰래 끙끙 앓다가 불현듯, 어차피 우주의 모든 멜로듸를 담은 음반이란 게 정말로 존재하겠어? 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간편해진 것 있죠. 마침 벨 디비올레따의 <Desayuno en Tiffanys(티파니에서 아침을)>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고민되어 머리 싸매고 있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찾던 그녀의 음반, [Espejos(거울)]. 소박한 어쿠스틱 편성과 약동하는 무그 신디사이저, 그리고 (결정적 한방!) 그녀의 무구한 목소리가 펼치는 멜로디의 향연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최소한 조그마한 미소 정도는 쉽게 지을 수 있는 여유를 되찾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한동안 범람하던 스위트- 한 음악들에 넌더리냈던 저도 벨 디비올레따의 여린 목소리 앞에서는 성질을 죽일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래, 벨 디비올레따 정도라면 자격이 있지, '우주의 모든' 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봐, '우주의 모든'이라는 조건이 정말로 중요한 것도 아니잖아?) 라며, 이미 벨 디비올레따의 이름을 올리기로 마음을 굳힌 뒤였습니다. (단편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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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o Branduardi [Branduardi Canta Yeats] (1986/Si-Wan Records)

스무 살이었다. 한 손에 그런지, 한 손에 아트 록 앨범을 들고 홍대 앞을 누볐다. 지금은 사라진, 시완레코드에서 운영하던 마이도스가 아트 록의 샘물과 같은 곳이었다. 음악을 들어보고 음반을 산다는 건 상상할 수 없던 때니, 오직 감에 의존해야했다. 하지만 감이고 나발이고 필요 없는 아티스트도 있었다. 7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탈리안 깐따또레 안젤로 브란두아르디였다. 당시에는 '영혼의 목소리'라는 구닥다리 수사로 그를 일컫곤 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지금 들어도 달래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포크와 월드 뮤직, 깐쪼네를 결합한 그의 음악은 대부분 여리고 섬세하다. 그 중에서도 80년대 중반 발표한 [Branduardi Canta Yeats]는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로 채색된 음반이다. 예이츠의 시를 이태리어로 번역, 여기에 선율을 입혔다. 015B의 <슬픈 인연>을 연상케 하는 기타 아르페지오로 시작하는 <I Cigni Di Coole(쿨레의 백조)>부터 마지막 곡까지 단아하게 흐른다. 매년 가을이 되면 이 앨범이 생각나곤 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들을 수 없었다. 입대하며 처분한 턴테이블을 다시 마련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10여년 만에 이 LP를 턴테이블에 올리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검은 원반이 돌아갔고 지글지글, 소리가 났다. 입술이 알싸해졌다. (김작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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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 Collective [Feels] (2005/FatCat)

'우주의 모든 멜로듸'란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우주에서 가장 좋은 멜로디? 아니면 우주적인 멜로디?

만약 후자라면, 즉 우주를 품은 멜로디라면 그런 건 있을 수 없다. 세상에 그런 곡은 오직 하나만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존 케이지(John Cage)의 저 유명한 4분 33초의 시공간이 전부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가장 좋아하는 멜로디는 잘 모르겠다. 너무 자주 변해서 그만큼 희미하다.

그래서 타협하기로 한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되 지구의 것은 아닌듯한 것으로. 좋은 멜로디를 고르라면 당장 빌보드 차트를 쳐다보면 된다. 인디 씬에서 이름 좀 날렸던-동세대로 국한해도 오브 몬트리올(Of Montreal)을 위시한 엘리펀트 6 식구들, 옌스 렉만(Jens Lekman)을 주축으로 한 스웨덴 친구들, 뉴 포르노그래퍼스(New Pornographers)를 축으로 하는 캐나다에 이르기까지-멜로디 메이커들이 수두룩하지만 사실 이 모든 이름들이 순전히 멜로디라는 이름만으로 대결한다면 과연 빌보드를 주름잡는 히트송 메이커들과 대적해서 쉽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러니 나는 당신이 오로지 멜로디라는 목적으로만  음악을 택한다면 굳이 인디 씬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대신 빌보드 꼭대기에선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이런 멜로디들은 어떤가. 불편하다고? 스트라빈스키는 우리가 선호하는 멜로디는 그저 우리 귀가 익숙해진, 훈련된 산물일 뿐임을 증명했다. 그래서 여기 애니멀 컬렉티브가 있다. (Da20ill/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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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후일담] (1999/석기시대)

'우주의 모든 멜로듸'라는 거창하고 심오하면서도 쿨하고 쌈빡하며 달콤 짭짤한 주제를 받아든 순간, 그 언어의 강렬함이 전후좌우 뇌 세포 구석구석을 훑으며 지나갔다. 잠시 동안 나의 정신 활동은 '우주'와 '멜로듸'라는 두 단어가 조합된 이미지에 홀려 안드로메다를 헤맸고 그러다 도착한 장소는 바로 그 곳. 언니네 이발관의 2집 [후일담]이었다. 뛰어난 '멜로듸'가 이 앨범 곳곳에 들어 있지만 내가 그 '우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솜보레로 성운이라 여기는  '멜로듸'는 바로 <실락원>이다. 그리움과 동경, 풋풋함과 두근거림, 애절함과 갈망. 이 모든 감정들이 이 곡의 '멜로듸' 안에 모두 들어 있다. 그냥 읽으면 통속적이고 평범해 보이는 가사도 이 '멜로듸'와 결합하여 뛰어난 구성을 통해 곡에 스미면서 이러한 감정들에 불을 지핀다. 특히 후렴구 '그렇게도 너의 모습에 취해, 너의 모습에 취해버린 나를 알 수가 없어, 너에게로 다가갈 수가 없어, 다가갈 수가 없는 너를 이젠 지우네' 이 부분이 담고 있는 복잡 미묘한 감정, 그리고 음악과 언어의 이미지가 선사하는 카타르시스는 문자 그대로 우주적이다. 이정도면 '우주의 모든 멜로듸'라는 거창하고 심오하면서도 쿨하고 쌈빡하며 달콤 짭짤한 말로 치켜세워도 충분하지 않을까? (최준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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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Montreal [The Sunlandic Twins] (2005/Polyvinyl)

'우주의 모든 멜로듸'라. 이 달의 스탭 코드를 받는 순간 필자 또한 다른 스탭들과 마찬가지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방대한 우주와 같이 추상적이고 무한한 주제. 누구나 그렇 듯 어떤 하나의 음반을 고르는 데에는 주저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일단 '멜로디'라면 기타 팝, 트위 팝, C-86, 시부야 계열. 그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위저(Weezer)의 블루 앨범이었다. <My name Is Jonas>부터 <Only In Dream>까지 한 곡 한 곡, 한 구절 한 구절 모두 버릴 것 없고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착 감기는 멜로디. 그 멜로디에 간결하고 강력하게 펑크 톤을 입혀 젊은 날의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주었던 앨범.

그리고 떠오른 것은 소년소녀의 로망,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의 초록 앨범(The Boy With The Arap Strap)과 마그네틱 필즈(Magnetic Fields)의 [69 Love Song]. 나의 젊은 시절 감수성을 배부르게 하였던 우뇌의 양식. 주옥같은 멜로디와 가사, 편곡. 무덤에 들어갈 때 필히 챙겨야 할 음반.

그러나 문제는 '우주'라는 것이다. 위저나 트위 팝, C-86 밴드들의 멜로디들을 '우주'의 멜로디라기에는 거리가 있고 벨 앤 세바스찬이나 마그네틱 필즈는 너무 소심하다. 필자는 '우주의 모든 멜로듸'라면 적어도 몇 만 광년 떨어진 우주인에게 시디를 건네면서 "이게 지구 사람들이 듣는 멜로듸야, 한번 들어보지 않을래?"라면서 어색하지 않게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그런 멜로디를 가진 음반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머리에 형광등이 깜박이며 생각난 밴드가 오브 몬트리올. 트위/인디 팝 밴드로 시작해 이제 미국의 인디 씬을 대표하는 밴드로 성장한 인디 일렉트로닉 밴드. 트위/인디 팝의 멜로딕한 백그라운드에 댄서블한 일렉트로닉적인 요소를 재치와 위트를 듬뿍 넣어 크리에이티브하면서 운치 있게 믹스하니 이야 말로 '우주의 모든 멜로듸'를 커버할 수 있는 밴드가 아닐까 생각하였다.

[Cherry Peel]의 <Don't Ask Me To Explain>이나 <Tim I Wish You Were Born A Girl>같은 단출한 구성의 트위 팝/기타 팝에서 재작년에 큰 사랑을 받았던 인디 일렉트로닉 앨범 [Hissing Fauna, Are You The Destroyer]까지, 밴드의 프론트맨인 케빈 반즈(Kevin Barnes)는 무한한 창작력과 에너지로 앨범당 평균 15곡 이상씩 풍부하고 다양한 오브 몬트리올의 멜로디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오브 몬트리올의 9개의 앨범 중에서 하나를 뽑기로 결정한 앨범은 [The Sunlandic Twins]이다.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가 90년대 초에 인디 록/펑크를 구사하던 시절과 요즘 구사하는 인디/사이키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중간지점에 [The Soft Bulletin]이라는 걸작이 있듯이, 이 앨범도 그러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 정확한 경계는 [The Sunlandic Twins]의 전 앨범인 [Satanic Panic In Attic]이고 그 앨범은 <Disconnect The Dots> 같은 명곡이 담겨 있는 과거에서 현재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기념하는 마일스톤 같은 앨범이지만 앨범 전체로 봤을 때 [The Sunlandic Twins]이 더 좋기 때문에 이를 선정하였다.

소비자의 선택은 언제나 옳다던가. 최근에는 이 앨범의 <Everyday Feels Like Sunday>가 美 NASDAQ 광고에(스미스(The Smith)의 <Everyday Is Like Sunday>와는 관계없음), <Wraith Pinned To The Mist And Other Games>는 Kevin이 직접 가사를 개사하여 부른 CM송으로 Outback Steakhouse 광고에 삽입되었다. 역시 소비자를 현혹하려면 이 정도의 멜로듸 쯤은 되어 줘야 하는 것인가! 오는 10월에 발매예정인 그들의 신보도 기대해보자. (김창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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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 [이문세 4] (1987/서라벌레코드)

뻔한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뻔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법입니다. '최강의 멜로디를 가진 앨범'을 선정하는 이 코너에서 이문세 4집을 뽑는 일 같은 것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필자들을 대표(?)해 이 뻔함의 십자가를 짊어지겠습니다.

몇 달 만에 다시 이영훈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봅니다. 해맑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가 떠난 지도 벌써 7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그의 노래는 여기저기서 벅차고 뭉클한 감동으로 들려옵니다.

앨범을 다시 플레이하며 생각합니다. 이 앨범에 대한 설명이 새삼 필요할까요? 필요 없겠지요? 아, 딱 하나. 2번 곡 <밤이 머무는 곳에>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비록 이문세와 이영훈의 합작 중 너무나 쟁쟁한 곡이 많지만 그래도 이 곡을 좀 더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쓰고 보니 설명이 아니라 바람이군요.

이영훈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저 하늘 위에서 정말 문자 그대로 '우주'의 멜로디를 만들고 있을까요? 훗날 혹시라도 하늘에서 그를 만나게 되면 그것들을 들어볼 수 있는 걸까요?

글을 써내려오며 이미 마음을 정했습니다. 오늘밤은 오랜만에 이영훈과 함께 하겠습니다. (김봉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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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하트(Julia Hart) [가벼운 숨결] (2001/Lollipop Music)

2000년 겨울쯤에 이들의 노래 다섯 곡 정도가 들어가 있는 데모를 처음 들었습니다. 데모랄 것도 없고 가녹음 상태로 웹에서 떠돌던 노래들을 제가 그냥 시디로 구운 것이었죠. 데모에는 <오르골>이나 <꿈열흘밤> 같은 노래들이 들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거친 녹음 상태에서도 노래들의 멜로디는 계속 귀에서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쌈지스페이스에서 이들이 리허설 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corazon>을 듣기도 했었죠. 난생 처음 듣는 노래였음에도 노래의 후렴구를 따라 흥얼거리고 있는 절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첫 앨범이 나왔을 땐 듣고 또 듣고 하며 정대욱의 야리한 창법을 흉내 내기도 했었죠. 한동안 한국 최고의 멜로디 메이커는 정대욱이라며 떠들고 다녔던 적도 있었는데, 줄리아 하트의 이후 앨범들을 들으며 조금 실망한 것도 사실입니다. 언니네 이발관의 [후일담]과 이 앨범에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멜로디를 소진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상상을 하기도 했었죠. 지금 정대욱은 당분간일지 영원히일지는 잘 모르지만 음악계를 떠나있는 상태입니다. 그가 어느 날 이 [가벼운 숨결]만큼 사랑스러운 멜로디를 담고 있는 앨범을 만들어 돌아와 준다면 무척이나 반가울 것 같습니다. 정대욱=멜로디라는 믿음은 그래도 아직 남아있거든요. (김학선/보다)

cora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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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rpenters [Capenters Gold: Greatest Hits] (2000/Universal)

뭐 설명이 필요한가요. 카펜터즈입니다. 굳이 찾아듣지 않아도 라디오에서, 삼촌의 오디오에서 들려오던 멜로디들의 주인공이요. 가끔은 그런 쉬운 첫 만남 때문에 잊혀지곤 하지만, 카펜터즈의 멜로디들은 그야말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갖은 화려한 수사와 최신 유행으로 무장한 청춘들에 둘러싸여 땀 흘리며 춤을 추다가 문득 할머니의 따뜻한 무릎과 이불 냄새가 그리워지는 그 순간 필요한 노래들이죠. 숨 막히는 일상의 시간들 속에서 빠져나와 나긋나긋하고 순해 빠진 카펜터즈의 천연 멜로디들을 넘치도록 듣고 나면, 아 이제 좀 살겠다 싶어지곤 합니다. 너무 고리짝이라구요? 웬걸요. 멜로디는 시간의 빛바램이 미치지 못하는 거의 유일한 음악요소 아니던가요. 우선 들어나 보세요, 지금도 이렇게나 선명하게 빛나고 있는 한 음 한 음들을요. (김윤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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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to Gregoriano [Vol. 2] (1996/EMI)

그렇습니다. 성가입니다. 그레고리안 성가, 그러니까 성당 혹은 수도원에서 불리는 기도의 노래들입니다. 자칫 지루하고 답답한 종교의 노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연히 이 노래들을 듣게 되었을 때 천상의 멜로디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런 반주도 없이 남성합창의 유려하고 담박한 목소리만으로 채워지는 무조의 노래는 정결함과 고귀함으로 가득합니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이었던 것은 신께 올리는 기도를 대신하는 노래임에도 비장하거나 화려하지 않으며 소박하고 가끔은 쓸쓸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여백의 아름다움이 살아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분명 제의의 음악임에도 이 노래들은 ECM 계열의 재즈나 뉴에이지 같은 선연하고 아릿한 질감을 선사해주곤 합니다. 아무 음악도 듣고 싶지 않을 때 비로소 듣고 싶어지는 음악, 우주로 나가보면 이런 울림들이 이미 가득할 것만 같습니다. (서정민갑/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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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nice Brothers [The World Won't End] (2001/Ashmont)

규칙이 필요하다. 조 퍼니스(Joe Pernice)를 빼고 말하던가, 그냥 조 퍼니스를 말하던가. 규칙이 없다면, 당연히 [The World Won't End]가 멜로디들의 멜로디다. 멜로디들이 사는 나라가 있다면 그네들도 이 앨범을 들을 것이다. 조 퍼니스는 당시 만 2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각기 다른 이름으로 세 장의 앨범을 냈고, [The World Won't End]는 세 번째였다. 좋은 것은 뒤에 온다. 그리고 그보다 좋은 것은 마지막에 온다. 노히트노런으로 몸을 풀고 퍼펙트 게임을 하는 경우라고 보면 된다. 요컨대 이 시기의 조 퍼니스는 멜로디에 관한 지구적 재능을 원기옥 모으듯이 모아다가 스스로 뒤집어 쓴 것이 틀림없다. 이런 헛소리를 수백 개라도 더 할 수 있다. 당신이 아직 이 앨범을 듣지 않았다면, 일단 듣게 한 다음에 같이 할 생각도 있다. (서성덕/보다)

http://bo-da.net/entry/스탭-코드-3-우주의-모든-멜로듸?category=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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