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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 피에르 몽퇴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차이콥스키 5번 교향곡을 듣고 있다. 얼마 전에 신촌 북오프에 갔다가 3천 원 주고 산 시디다. 살 때는 몰랐는데 고클래식에 가서 보니 이제는 구하기가 쉽지 않은 명반이라고 한다. 왠지 횡재한 느낌. 그 외에도 싼 맛에 근처에 일 있을 때마다 들러서 일본에서 나온 전집류의 시디들을 많이 샀는데 거의 만족스럽다. 요즘 가장 많이 듣고 있는 건 브렌델이 연주한 슈베르트 즉흥곡. 계속 구비 품목이 바뀌는 듯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가보는 것도 좋을 듯. 일본 서적이나 만화책들도 많다.
2. 가끔씩 CBS 라디오를 듣는데 요거 선곡 맘에 든다. 예전 <델리 스파이스의 우리들> 때부터 확실히 라디오는 CBS가 개념이다. 특히 밤 10시에 허윤희가 진행하는 <꿈과 음악 사이에>. 목소리도 좋고 선곡도 좋다. 어떻게 들으면 정지영이랑 상당히 흡사한 목소리이긴 한데 정지영처럼 꾸미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아서 더 좋게 들린다. 선곡도 가요 위주로 선곡하긴 하는데 뭔가 <롸큰롤에 맹세는 없다>의 가요 선곡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잔잔한 방송 원하는 분들은 한 번쯤 들어보시길. 속이 꽉 찬 라디오, 93.9!
3. 희망의 '봉고차 야구부', 한일장신대. 박펠레니 박구라니 하면서 아무리 까대도 박동희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 박동희가 아니면 아무도 이런 기사를 쓸 수 없다(쓰지 않는다). 10개 구단 창단이니 돔구장 타령하기 전에 실업야구 살리는 방법을 먼저 고민하자.
4. 고등학교 3학년 때였나, 당시 해직교사였던 김진경이 쓴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를 읽었다. 뭔가 다른 세상을 만난 것 같았다. 나의 학창 시절 동안 과연 이런 치열한 고민을 하는 교사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현직교사인 이계삼이 쓴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을 읽고 있다. 현직교사로서, 그리고 소도시(밀양)의 교사로서 갖게 되는 고민과,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비정상적인 현실 교육에 대해 조용히 벼리고 있는 분노가 모두 담겨 있다. 십수 년 전에 김진경의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이 다시 떠올랐다. 이런 책은 추천하고 싶다. 특히 얼마 전에 김규항이 쓴 '이제 됐어?'를 읽으며 마음이 아팠던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5. 아직까지 선풍기를 안 꺼내고 있다. 아직까지 견딜 만하기도 하고, 한 번쯤 선풍기 없이 여름을 나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이런 사람. 내가 바로 '노 임팩트 맨'.
6. 얼마 전에 BBQ에서 나온 '싱글족만을 위한 만족세트'를 먹었다. 치킨 반 마리에 오징어링(혹은 감자튀김), 거기에 콜라와 무가 들어있는 세트이다. 가격은 만천 원(혹은 만이천 원). 혼자 먹기는 딱 적당한 양이긴 한데 가격이 좀 세다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BBQ가 변한 건지 내 입맛이 변한 건지 나 요즘 BBQ랑 잘 안 맞는 듯. 후라이드 본좌는 역시 BHC다(같은 계열사인데 왜 이렇게 맛이 다른지?). BHC의 핫후라이드를 먹는 순간 당신은 이미 BHC의 노예.
7. 무럭무럭제니.
8. 나는 정말 옷이 없는 사람이다. 옷이 없어서 거의 같은 옷만 입다 보니까 당구 치러 가면 "당구 유니폼이냐?"는 얘기를 듣기도 하는데, 최근에 반팔 티만 5벌이 되었다. 기존에 있던 간지스누피 티 등과 새로 산 마이클 잭슨 티까지. 거기에 작년에 사놓고 잊고 있던 티셔츠도 한 장 발견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엔비 티셔츠가 있었는데 색이 바래서 이제는 입지를 못한다(맥주 넣고 빨았는데도 안 됨). 잼 마스터 제이 추모 티셔츠도 이뻤는데 몇 번 입자 모가지가 늘어나서 그냥 집에서 입고 있다. 이래선 추모를 할 수가 없다고!
9. 요즘 삼화고속 타고 서울 가는 길에도 안전벨트를 꼭꼭 한다. 안전벨트를 하고 있으면 옆에 사람이 이상하게 쳐다볼 때도 있는데, 얼마 전에 인천대교에서 난 사고소식을 듣고 난 후부터 그러기 시작했다. 오래 살고 싶어서. 어릴 때는 치기로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떠벌리고 다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젠 오래 살고 싶고, 객사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인의 새 음반 발매일이 떴는데 그거 나오기 전에 죽어버리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 어떻게든 오래 살아야지.
10. 내가 얼마 전까지 세대차이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았던 인물은 가수 이용이었는데, 최근 권투 세계챔피언 박종팔을 모르는 이를 발견하고 좀 놀랐다. 한때 토마스 헌즈와 경기가 추진됐던 종팔이 형이었는데 세월의 무상함은 정말이지. 그러고 보니 그나마 가장 최근에 종팔이 형이 가장 화제가 됐던 건 권투가 아니고 친구였던 이효필(aka 효피르)과 가진 이종격투기 경기였다. 경기 전에 '우정의 대결' 뭐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하고 경기를 했는데, 경기 끝나고 절교함. 깔깔. 효피르가 경기 내내 로우킥(aka 노후킥)만 차고 도망 다니다가 쓰러져있는데도 공격을 해서 종팔이 형은 다리도 너무 아프고 완전 약 오르고 열 받았음. 당시 신문 기사 일부. "이효필은 몇 차례 화해를 시도했지만 박종팔이 거절, 화해의 장은 마련되지 못했다. 감정이 섞인 격투의 여파가 워낙 커 두 사람의 '26년 우정'에 금이 가게 생겼다."
11. 거의 국내 유일의 그라인드코어 밴드인 밤섬해적단의 앨범이 발매됐다. 얘기를 들어보니 각 곡마다 볼륨 레벨이 일정하지 않은 골 때리는 음반이라고 한다. 근데 노래 제목들이 병신 같지만 멋있다. 나는 씨발 존나 젊다, 전우들과 함께라면 어떤 씨발것이든, 폭주족이 더 빨리 달렸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씨발 존나 자랑스러워, 나는야 (씨발 맑은 영혼의) 뮤지션, 존나 인디하다, 그로울링이다 무섭지, 이명박 욕하면 나도 무려 좌파, 우리들의 밤은 당신들의 낮보다 (존나) 아름답다…. 앨범 제목이 [서울불바다]인데, 이것 말고 가제였던 [혁명은 엄마 돈으로]가 더 맘에 든다. 더해서, 얼마 전에 회기동 단편선과 밤섬해적단의 50장 한정 비공식 라이브 앨범을 구매했다.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이 아니라 그 '앞'에서 가진 공연 실황이다. 앨범 표지 인물은 송두율 교수인데, 두율이 형의 비장한 표정 옆으로 "이도 저도 갈 곳이 없는 한 남자의 비통한 운명!!! 이제 그의 복수가 시작된다!!!"라는 문구가 써져있다. 문제는 한 번 듣고 힘들어서 안 듣는다는 거.-_-
12. 옷만은 D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