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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자의 이름만 보고 음반을 사던 시절이 있었다. 박광현과 오태호가 가장 대표적인 이름들이다. 고등학교 시절 테이프 뒷면에 이들의 이름이 있다면 처음 보는 가수의 음반이라 해도 이들을 믿고 구매하곤 했었다. 그리고 대부분 그 믿음은 만족스러웠다.
이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신예찬이라는 가수의 테이프도 그 믿음에서 구매한 경우다. 이번에는 김태원이었다. 나에게 김태원이란 이름은 아득한 그리움 같은 것이다. <사랑할수록>으로 재기에 성공하기 전까지 그 시간동안 나는 부활의 2집과 게임의 데뷔 앨범을 반복해서 돌려들었다. 그는 다른 가수들에게 그리 곡을 잘 안 주는 작곡자였지만 가끔씩 주는 노래들이 다 기가 막혔다. 신예찬의 이 노래 역시 김태원만의 색깔이 물씬 묻어나는 노래다. 지금의 김태원은 너무 말끔해져 불만족스럽지만 이 당시의 김태원은 이렇게 거칠면서도 아련한 서정을 들려줬었다. 신예찬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데, 가수 민해경의 동생인 걸로 알고 있고, 이후에 한 장의 앨범을 더 내고 더 이상 활동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