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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송골매가 재결성을 해 공연을 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받았다. 이건 뭔가 하고 찾아봤더니 배철수와 구창모 없이 김정선과 이봉환, 김상복이 다시 송골매를 만들어 클럽 등지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거라 한다. 이런 경우가 없던 것도 아니다. 유현상과 김도균이 빠진 백두산도 존재했었고, 이혜민이 빠진 배따라기도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한 번 웃고 넘어가겠지만, 그 대상이 송골매다 보니. 흙. 배철수와 구창모가 없다고 해도 김정선과 이봉환 역시 내가 무척 좋아했던 형들이고, 또 김상복이나 故 오승동에게 짠한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냥 비웃거나 비난하기도 망설여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철수 형이랑 창모 형이 1년 정도 화끈하게 재결성 투어 한 번 가져주는 것이다. 지금의 송골매 재결성이라는 해프닝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철수 형과 창모 형에 대한 압박 정도였으면 좋겠다.
2. '비29'가 다시 출시됐다. 요즘 하루에 한 봉지씩은 꼭 먹고 있는 것 같다. '비29'는 옛날에 농심에서 나왔던 카레맛 과자로 꽤 오랜 기간 생산되지 않다가 이번에 팬들(?)의 계속된 요청으로 재출시를 결정했다고 한다. 근데 제법 인기가 있는지 다 팔리고 없을 때가 많아서 한 번 갈 때마다 몇 봉지씩 사다놓는다. '비29'를 아는 게 연륜의 기준이 될 때가 있다. 81년생인 김아무개 씨는 최근 '비29'를 모른다는 이유로 연장자들에게 "비린내 난다"는 비난을 들었다고 한다.
3. 김연아에 관해서만은 난 정말 쏘쿨남이다. 지금껏 김연아가 경기한 걸 생방송으로 본 적이 한 번도 없고, 그렇다고 다시 찾아보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링크 걸어놓은 걸 두 번 정도 봤을 뿐이다. 내가 이렇게 무관심한 건 미식축구를 안 보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봐도 모르기 때문이다.
4. 문득 신혜식은 요즘 뭐하는지 궁금해졌다. 독립신문의 대표면서 반핵반김의 대변인이던 혜식이 형. '생계형 보수'의 원조라는 평가를 받았던 혜식이 형. 한때 삼두마차를 이끌었던 정갑이 형이나 찬성이 형은 요즘 다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혜식이 형 이름은 쉽게 발견할 수 없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한 거기 때문에 자리에 대한 욕심 없이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라면 "병신 같지만 멋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5. 얼마 전에 엠넷에서 다이나믹 듀오가 군대 가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을 봤다. 입대하는 날 아침의 그 묘한 기분. 친구 차를 타고 아무렇지 않은 척 농담따먹기를 하면서 논산으로 향했지만 속에서 느껴지던 그 복잡한 기분.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 기분이 생생하다. 서른이라는 늦은 나이에 그 기분을 느꼈을 최자와 개코, 군 생활 무사히 견디고 오기를 바란다. 말 그대로 그냥 견딜 뿐.
6. 내가 박휘순을 좋아하는 이유는 디테일에 강해서이다. 난 소소한 디테일을 잘 살리는 개그가 좋고, 현재 그 부분에서 가장 특출한 강점을 보이는 이가 박휘순이다. 예전 '노량진 박' 캐릭터로 훌륭했고, 요즘 박영진과 짝을 이뤄 하는 개그 역시 박휘순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 "야, 박영진! 너 이러려고 경북 김천 맘모스빵집 포기하고 온 거야? 이러려고 논산 카센터집 딸 포기하고 온 거냐구?", "야, 박영진! 너 이러려고 경북 김천의 아버지 벽돌공장 포기하고 온 거야? 이러려고 할머니 올갱이국 맛의 비밀을 포기하고 온 거냐구?" 하- 좋아. 단어 선택이 고급스러워. 말에 맛이 살아있어.
7. 제니가 짱이다. 내가 앎.
8. 얼마 전에 중국에 간 현아무개 씨와 네이트온 메신저를 하는데, 대화를 하는 순간 상대방이 피싱 위험지역에 있다는 경고문이 떴다. 하- 중궈, 나라 이미지 진짜 어쩔.-_-
9. 서울로 가는 버스가 거의 2시간에 세 번 꼴로 있어서-_- 나갈 때면 인터넷으로 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나 하는 정보 시스템을 보고 나간다. 요즘은 서울엘 가지 않아도 가끔 사이트에 들어가 지금 여기를 지나고 있구나 하는 걸 확인하면서 차가 지나고 있을 주변의 풍경을 떠올리곤 한다. 늦은 밤의 버스, 그 안의 다소 피로하고 정적인 분위기도 함께 떠올리면서. 이렇게 써놓고 보니 되게 낭만적으로 보이네. 내가 이렇게 낭만적인 사람.
10. 간짬뽕의 지마켓 구입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지금 다소 질려있는 상황.-_- 유통기한이 12월까지인데 아직 꽤 많이 남아있어서 사람들에게 좀 나눠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후회하진 않겠다. 좋은 경험이었다. 이번 경험을 발판으로 이제는 생생야끼우동을 주문할 생각이다. 이건 정말 질리지 않을 자신 있다.-_-
11. 신문 기사의 낚시성 제목들을 보고 기자를 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제목은 기사를 쓴 취재기자가 정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 다 편집부에서 도맡아 결정한다. 나도 처음에는 제목들이 마음에 안 들었던 적이 좀 있었는데 하다 보니 이게 나름 합리적인 시스템이라는 생각을 했다. 가끔 포털들이 제목을 가지고 장난을 칠 때도 있다. 전에 루비살롱 레이블에 관한 기사 제목을 '모텔촌에서 들리는 뜨거운 음악 소리'라 정한 적이 있었는데, 엠파스에서 그걸 살짝 바꿔 '모텔촌에서 들리는 뜨거운 소리'로만 올렸다. 결과적으로 엄한 나만 욕을 먹었다.
12.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계절에는 루시드 폴 1집이 진리. 팩트임.
13.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나온 종교음악 박스세트를 샀다. 그레고리안 성가부터 여러 진혼곡들이 30장의 시디에 담겨 있다. 뒤늦게 '모방범'을 읽으며 1번 시디부터 차례로 듣고 있는데, 이러다가 내일 아침에 교회나 성당 나갈 기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