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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순간이 기억나는군요. 작년 가을쯤 전 시청역 입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빵 컴필레이션 앨범을 듣고 있었습니다. 소히의 노래를 시작으로 젊은 홍대 음악인들의 노래가 연이어 흘러나왔고, 여덟 번째로 시와의 <화양연화>가 시작됐습니다. 그 연약하고 서늘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전 '아, 좋다'라고 혼자 중얼거렸지요.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퇴근길의 그 소란함 속에서 저는 정말로 저 혼자 서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앨범의 트랙은 더 이상 넘어가지 않았고 약속한 사람이 올 때까지 저는 <화양연화>만을 반복해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 후에 나온 시와의 EP를 산 건 물론이었죠. EP의 첫 번째 곡인 <길상사에서>를 들으면서 한 달 전 시청역에서의 그 기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목소리가 전해주는 왠지 모를 그 서늘함까지 말이죠. 시와는 자신의 노래를 들을 때 마음속에 하나의 그림이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최소한 저에게 있어서만은 그 바람이 잘 전해진 것 같습니다. <화양연화>를 들으면서, 또 <길상사에서>를 들으면서 전 자연스레 어떤 비슷비슷한 풍경들을 그리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유투브에서 우연히 이 노래 <너의 귀에는 들리지 않아>를 듣고 작년 시청역에서의 그 기분을 세 번째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슷비슷한 풍경들이 그려지는 것 역시요. 시와, 참 좋은 가수인 것 같습니다.

+ 요즘 한희정이나 오지은, 뎁 등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이들 가운데 한 명의 미래에 돈을 걸어야 한다면 전 주저없이 시와의 미래에 제가 가진 모든 걸 걸겠습니다.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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