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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소소

시옷_ 2009. 10. 12. 20:13

1. 금요일에 있었던 데이비드 최 공연을 보고 왔다. 요 근래 본 공연들 가운데 가장 유쾌하고 화기애애한 공연이었다. 150명 한정으로 예매를 한 모양인데, 금세 매진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람들 대체 공연을 보러 온 건지, 촬영을 하러 온 건지 좀 짜증이 났다. 10명 가운데 3명꼴로 공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사진기 들이대고 촬영만을 한는데, 사방에서 번쩍거려서 눈에도 거슬리고, 서로 좋은 위치에서 찍겠다고 신경전 벌이는 모습도 보기 안 좋았다. 그 점만 제외한다면 다 좋았다. 익숙잖은 한국말로 여러 차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준 데이비드는 공연에서도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지원만 잘 받는다면 미국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본인이 큰 욕심이 없다고 한다. "이 옷, 지오다노에서 샀어요"와 "명동칼국수 너무 맛있어서 3그릇 먹었어요"가 그날의 최고 멘트.

2. 쌈사페에서 문샤이너스 공연할 때 서빠들이 몰려가 야유를 보냈다고 한다. 왜 그런가 했더니 (차차가 있던 시절의) 노 브레인이 2000년에 했던 '안티 서태지' 공연 때문이었다고. 우왕- 서빠들 뒤ㅋ끝ㅋ 쩔어.

3. 난 인터넷 용어에 대해서 별다른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많이 쓰는 편이다. 이건 나에게 그냥 "영구 없다"와 같은 지나가는 유행어일 뿐이다. 인터넷 용어에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의 생각은 존중하지만 내가 아는 어떤 삼돌이 하나만은 예외다. 그 삼돌이는 블로그나 미투데이 같은 곳에서 인터넷 용어 쓰는 애들을 좆병신이라고 필요 이상으로 욕하면서 정작 자기도 "XX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이런 철지난 유행어를 쓴다. 자기가 쓰는 건 괜찮은 거고, 남들이 쓰는 건 한심한 거다? 자신한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자기가 싫어하는 건 못 견뎌하는 그런 삼돌이들은 세상 어디에나 있다. 자기는 냉소적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내가 보기엔 중2병의 전형.

4. 고깃집 간판에 돼지나 소가 그려져 있으면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특히 돼지나 소가 앞치마를 두른 채 웃고 있는 그림은 너무나 괴기스럽다. 굳이 그렇게 잔인한 광고를 해야 하나?

5. 얼마 전에 했던 인터파크 무료 포인트를 부지런히 모아서 책 한 권을 샀다. 알뜰한 당신. 마종기의 시 전집을 살까 하다가 그냥 고종석의 '경계긋기의 어려움'을 구입했다. 고종석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닮고 싶은 글쟁이다. 고종석처럼 쉽게 읽힐 수 있는 글을 쓰면서 행간에서 '사려 깊음'이 자연스레 묻어나온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똑같이 한국일보 칼럼 등을 모은 시평집임에도, 지난 번 '바리에떼'는 이상하리만큼 별로였는데 이번 책은 꽤 좋게 읽었다. 읽으면서 노빠나 유빠들은 고종석한테 이를 갈겠구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6. 5번에 이어서, '경계긋기의 어려움'을 주문한 당일에 받았다. 새벽에 주문한 책을 그날 오후에 받으면서 좋다기보단 '택배 아저씨들이 정말 뺑이를 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한겨레 21'의 기사도 생각나고. 난 시디나 책 같은 거 하루 이틀 늦게 받아도 괜찮은데, 난 택배비 오백원이나 천원 올려도 이해할 수 있는데, 등등의 생각을 했지만 이런 것들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7.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출근용으로 즐겨 타던 무체인 자전거가 50대 공무원에게 31만원에 팔렸다. 이 대통령은 자전거를 기증하면서 희망가격을 따로 내지 않았지만 주관 측은 무체인 자전거가 시중에서 40만~50만원대에 팔리는 점을 고려해 30만원부터 경매를 시작했다. 경매에는 4~5명이 참여했으며 결국 잠실동에 사는 53세 공무원이라고 밝힌 김종윤 씨에게 이날 경매 최고가인 31만원에 낙찰됐다." 이 기사 진지해서 더 웃기다?

8. 명박이 형을 행운의 숫자 7에 두다니, 이건 실수다.

9. 오랜만에 본 조비 베스트 앨범 [crossroad]를 들었다. 하- 본 조비 정말 곡 잘 쓴다. 역사에 남을 베스트 앨범이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born to be my baby>가 빠져있다는 정도?

10. 신문에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계속 고민했던 게 있다. 일종의 '자기검열'인 셈인데, 중학교 2학년 눈높이에 맞춰 기사를 써야 한다는 신문에서, 너무 '듣보잡' 뮤지션들만 쓰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계속 해왔다. 그래서 2주 정도 인디 뮤지션들을 소개했으면 한 주는 의식적으로 유명한 뮤지션을 소개하곤 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그게 나 나름대로의 타협점이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까 굳이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얘기다. 얼마 전 거의 모든 일간지에 박효신과 김태우가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걸 보면서 생각을 굳혔다. 기념으로 오소영 인터뷰 해야지.

11. 얼마 전에 대전에 내려갔다가 파닭을 먹고 왔다. 파닭은 말 그대로 (생)파와 치킨을 함께 먹는 거다. 잘게 찢어진 파가 치킨 위에 얹어져 나온다. 대전·충청 지역이 파닭의 원조라고 하는데, 대전에 '웰킨촙'이라고 하는 지역 프랜차이즈와 조치원 파닭이 유명하다고 한다. 이제는 서울·경기 지역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네네치킨' 같은 메이저 브랜드에서도 만들고 있다. 파닭을 먹고 나선 꼭 이를 닦자.

12. 내가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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