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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소소

둥구 2016.11.28 16:44

1. 이번 헬로루키 무대 연출도 역대급이었다. 작년 같은 역대급 무대가 또 있을까 했는데 올해 그걸 또 해냈다. 혜진피디가 올해는 별로라고 자꾸 엄살을 피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진짜 엄살이었다. 6팀 무대 모두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각 팀의 음악을 많이 듣고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안다영밴드는 내가 지금까지 봐온 안다영밴드 공연 가운데 가장 훌륭한 무대를 보여줬는데, 연출 의도 그대로 약 5초간 내가 정말 겨울나무가 가득한 설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늘 제작비에 허덕이지만(슬픔), 이 의미 있는 행사가 100회까지는 이어졌으면 좋겠다.

2. 엘리베이터 없는 6층에 살고 있어(고통), 편의점엘 자주 가지 못하는 이유로 간식비평가의 자리를 내려놓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음식들을 먹고 있다. 최근에 가장 맘에 들었던 음식은 GS25의 만두그라탕. 매콤하게 맛있는데 치즈가 적절하게 매운 맛을 잡아준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편의점 업계는 점점 더 GS25 원톱으로 갈 듯하다. 계속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고, 편의점 애호가들은 이에 발맞춰 입소문을 낸다. 좋은 선순환. 만두그라탕도 꽤 입소문이 나있어 구하기가 어려우니 눈에 띌 때 꼭 한 번 맛을 보자.

3. 경인교대 근처에 맛있는 수제버거 집이 있다고 해서 갔다가, 새삼 크라이치즈버거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깨닫고 왔다. 쉑쉑버거를 먹어보진 않았지만 크라이치즈버거보다 더 훌륭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가성비로 따지면 더더욱(세트 하나와 단품 하나를 시켜도 8천 원대다). 사장이 미국 인앤아웃버거에서 배워 와 제대로 된 인앤아웃버거 맛을 재현하고 있다고 하는데 본토 갈 일이 없어 비교하진 못하겠지만 그 자체로 훌륭한 맛이다. 이처럼 치즈와 육향이 맛있게 진한 햄버거는 먹어보질 못했다. 점원들도 무척 친절한데, 영혼 없는 부담스런 친절함이 아니라 사람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친절함이다. 부천역 근처에 본점이 있고, 역곡 가톨릭대 부근에 지점이 하나 생겼는데 맛은 균일했다. 부천이나 역곡 갈 일 있을 때 들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리지널 치즈버거도 맛있지만 비비큐치즈버거가 나만큼이나 짱이다.

4. 페북 보다보면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은근히 많은데, 우리는 지금 6공화국에 살고 있다. 태우 형 대통령 때만 6공화국이 아니고, 또 대통령이 바뀐다고 공화국 숫자가 카운트되는 것도 아니다. 헌법이 바뀌어야 공화국 숫자도 바뀌는 것이다. 5년 단임 직선제로 헌법이 개정된 이래 계속 그 상태인 거다. 노태우정부(군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문민정부니 국민의정부니 이름 붙인 거지 여전히 우리는 6공화국에 살고 있다. 4년 중임제든 내각제든 개헌이 되어야 그때부터 7공화국이 된다. <제6공화국> 드라마 만들기 어려운 이유가 현재가 배경이기도 하지만 양이 워낙 방대해서. 시작하면 300부작은 찍고 가야할 것 같고, 정말 두언이 형 말대로 근혜 누나 분량은 아예 따로 빼내서 제목 자체를 <최순실> 같은 스핀오프로 만들어야 할 거다. 천 년 뒤에 장희빈보다 드라마로 더 많이 만들어질 그 이름, 최순실. 조연급인 숙종과 박근혜는 냉정하고 강한 왕권을 갖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숙종 형이 천 배는 유능하다. 내가 앎.

5. 요즘은 버스에서 내릴 때 기사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예전부터 가져온 삶의 목표(?) 같은 게 하나 있는데 요즘 부쩍 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사소한 사람이 되자!"

6. <미디어스>는 좋은 언론사다. 규모도 작고 기자 수도 적지만, 언론노조의 지원을 받는 <미디어오늘>보다도 더 좋은 기사를 낼 때가 많다. 사실 <미디어스>의 기사를 보다보면 부아가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매체 성격상 다른 언론사에서 잘 다루지 않는 KBS 이사회나 MBC 방문진 기사를 많이 내는데, 이들의 회의록을 읽다 보면 정말 화가 난다. 고영주 같은 치를 방문진 이사장으로 앉힌 것부터 비정상이긴 하지만,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이 정말 이럴 수가 있는가, 정말 부끄럽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소한 사람이 되자!"

7. '오, 신이시여. 정녕 이것을 제가 만들었단 말입니까?' 엊그제 어묵볶음을 만들고 나서 한 생각이다. 너무 맛있어서 밥 두 공기 먹으려다 자제했다. 내가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제법 맛도 비슷하게 내는데,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정확한 조리법과 계량을 모른다는 것이다. 할 때마다 블로그 뒤져가면서 조리법과 계량을 익힌다. 아직 내 것이 아닌 거다. 하지만 이제 이 '신의 어묵볶음'은 확실하게 알겠다. 간장, 올리고당, 매실액, 맛술 넣고 쉐킷쉐킷. 어묵볶음만 하는 거라면 내가 심영순 할머니 웃음 짓게 할 수 있을 듯.

7-1. 요리할 때 '적당히' 넣으라는 말이 제일 싫다. 몇 스푼인지, 몇 컵인지 정확히 알려줬으면 좋겠다. 백종원이 좋은 게 늘 알기 쉽게 양을 알려줘서다. 얼마 전에 감바스가 망했던 이유도 감바스 잘하는 친구에게 그냥 적당히 올리브유 넣으면 된다는 말을 듣고 올리브국을 만들었기 때문에... 요리의 기본은 무조건 계량!

8. 요즘 가장 애청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한식대첩 4>. 사회자가 김성주에서 강호동으로 바뀐다는 소식이 들리자 <한식대첩>을 안 보겠다는 사람을 몇 봤는데 너무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 같아서 좀 우스웠다. 공통적으로 자신은 굉장히 까다롭고 기준이 높은 사람이라는 자의식이 깔려 있는 사람들이어서 신기하면서도 우스웠다. 김성주든 강호동이든 그냥 전국 고수들이 만든 음식 맛있게만 먹으면 된다. 백종원이 심사위원에서 빠진 게 좀 아쉬운 정도.

8-1. <한식대첩 2>에서 기품 있어 보이는 김태순 여사의 충남 팀이 우승해서 좋았다. 가진 게 애향심밖에 없는 나로서는 이번에도 열심히 충남 팀을 응원하고 있다. 사람도 좋아 보이고, 부부 사이도 좋아 보인다. 서울 아주머니는 너무 무섭고, 경북 팀은 툭하면 (매 시즌 나오는 팀들마다) 양반가 타령해서 좀 짜증남...

9. 클래식 전문 음반점인 풍월당에 매주 한 번씩 오는 손님이 한 명 있다 한다. 꼭 음반 한 장을 사서는 양복 주머니에 쏙 넣고 간다는데, 그 얘기를 듣고 참 낭만적이고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앞으론 나도 매주 한 번씩 알라딘과 김밥엘 들러 한 장씩만 사야지 생각했는데 이미 지난주에 망한 듯...

9-1. 내가 참 자주 알라딘 중고매장엘 가는데, 갈 때마다 괜찮은 시디 건지는 곳은 잠실롯데타워점이다. 오랜만에 한 번씩 들러서 그러는 걸 수도 있겠지만, 탐나는 클래식 시디가 늘 있다. 강남이나 부천, 일산점이 가장 넓은 편에 속하는데 여기는 하도 자주 가서 더 이상 살 것도 별로 없고, (시디만 따졌을 때) 가장 안 좋은 곳은 연신내와 건대점이다. 여기에 신촌점도 추가할 수 있겠고. 당연한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대학가와 음악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9-2. 괴르네의 [겨울나그네] 앨범을 좋아한다. 내가 갖고 있는 건 괴르네의 사진이 조그맣게 있는 재발매 버전인데, 이번에 알라딘 잠실롯데타워점에 큰 사진이 있는 초판이 있었다. 중고가 11,000원 정도. 10여분 동안 계속해서 고민했다. 이걸 사고 집에 있는 걸 알라딘에 다시 팔까? 이걸 사고 집에 있는 걸 그냥 주위 사람에게 줄까? 정말 치열하게 고민을 하다가 시디를 뒤로 하고 돌아섰다. 11월 넷째 주의 내가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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