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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사랑은 믹스테이프

시옷_ 2014. 2. 6. 16:30


# ㅂ 선배는 원서를 자주 읽는다. 그리곤 가끔씩 (음악 관련) 괜찮은 책이 있으면 이걸 한 번 번역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하곤 한다(물론 나 말고 영어 잘 하는 동료들에게. 공부 좀 잘할 걸...). 'love is a mix tape'이란 제목을 가진 책 역시 그 가운데 하나였다. 롤링스톤誌에서 칼럼과 리뷰를 쓰던 로브 셰필드가 자신의 연인이자 아내였던 르네와 함께 했던 믹스테이프에 관한 추억을 뭉클하고 따뜻한 글로 풀어냈다. 책 안에는 둘이 함께, 혹은 각자가 만들었던 믹스테이프의 목록이 실려 있었다.

# 요즘 나의 가장 주된 취미는 알라딘 중고매장 놀러가기. 대부분의 시간을 시디 앞에서 보내지만 늘 계산하기 직전에 음악 관련 서적 코너에 들른다. '파란하늘처럼 하드록처럼 사랑해'. 특이한 제목의 책 제목을 발견했다. 책을 대충 훑어보는데, 어라? 어딘가 익숙한 노래 목록들이 눈에 보였다. 그러하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love is a mix tape'은 이미 번역돼 출간돼있었다. 2009년에 출간된 이 책은 그리 신통치 못한 성적을 거두고 이미 절판된 듯 보였다. 하지만 설 동안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뭉클해지기도 하고 충만해지기도 했다. 새삼 내가 음악을 많이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책을 읽고 혹시나 싶어 어린 시절에 내가 만들었던 믹스테이프들이 아직 남아있을까 찾아봤지만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뭔가 나의 추억 한 쪽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웠다.

# 어린 시절부터 남들의 플레이리스트를 궁금해 했다. [back to mine]이나 [dj kicks] 시리즈를 모으고 즐겨 들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전에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 나갔을 때 가장 좋았던 건, 이동진 씨가 자신이 만든 믹스테이프(정확히는 믹스시디)를 선물해준 거였다. 지금도 그 시디는 종종 꺼내 듣고 있다. 각자의 취향이 확연히 드러나는 믹스테이프일수록 더 맘에 든다. 지금은 (왠지 말하기 부끄럽지만) '파란하늘처럼 하드록처럼 사랑해'에 나오는 믹스테이프의 노래들을 하나둘 모으고 있다. 1991년 7월에 만든 믹스테이프에는 크리스 벨과 요 라 텡고, 빅 스타, 비틀스, 알이엠, 오티스 레딩, 록시 뮤직, 알 그린, 밴 모리슨, 프린스 등의 노래가 들어있다. 총 스무 개의 믹스테이프 목록이 있고, 난 웬만하면 이것들을 다 모을 참이다. 책을 다 읽고 샤워를 하다가 '문득' 믹스테이프와 관련한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다. 언제나 그렇듯, 이 '문득'이 중요하다. 사랑은 믹스테이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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