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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소소

시옷_ 2013. 11. 5. 11:15
1. 시디 목록을 만들고 있다. 계기는 대전 부모님의 이사 때문. 어머니가 이사하면서 내 몫(?)으로 비워둔 방에 시디장을 맞춰놓았다고 해 이번에 내려가서 봤는데 그게 꽤 맘에 들었다. 벽 한 쪽을 다 시디장으로 해놨는데 대충 4천 장 정도가 들어갈 것 같다. 어차피 내 방에 쌓여있는 시디들 그냥 대전에 갖다 놓자는 생각으로 여기에 놓을 거, 대전에 갖다 놓을 거 분류를 하고 있다. 분류를 하는 김에 목록도 함께 만들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엑셀짓 중. 대략 5천 장 이후로 세어보질 않아서 나도 내가 시디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렇게 목록을 만드는 큰 이유는 어제 빛과 소금 3집 매물이 떴는데 이걸 내가 갖고 있는지 안 갖고 있는지 생각이 안 나서... 온 방안을 다 뒤집어서 결국 찾긴 했는데, 이래는 내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2.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몇 년 전에도 전화가 왔었는데, 동창회의 총무 같은 걸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대전에서 동창회를 한다며 이번에는 나와 달라 하는데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중학교 동창들은 네이버 밴드에 모임을 만든 모양이다. 난 가입을 안 했고, 친구 한 놈이 거기에 올라온 모임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뭔가 중년의 외로움 같은 것들이 팍팍하게 느껴졌다. 이것들이 이제 나이 먹고 외로우니까 이렇게들 만나고 다니는구나, 얘기하니까 다른 친구 한 놈이 그렇다고 한다. 자기도 뭔가 허하고 외롭다며. 아, 이 중년의 외로움들을 어찌 할까. 난 하루하루가 즐겁고 재미있는데. 내가 짱이다.

3. 알라딘 가서 중고 시디 보는 게 삶의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인데,-_- 중고 매장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시디가 서태지와 김건모 음반들이다. SM의 음반들도 만만치 않게 많고. 너무 흔하게 많으니까 사기가 싫을 정도다. 서태지 같은 경우는 7집만 사면 서태지 관련 정규 음반을 모두 모으는 건데도 사기가 싫다. 심지어 북오프에선 3,300원에 파는데도! 많이 팔린 만큼 매물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김윤하 군은 이번에 서태지 결혼 때문에 많은 팬들이 시디를 내놓은 이유도 클 거라 분석했지만.

3-1. 내가 서태지 공연을 세 번인가 봤는데, 그때마다 참을 수 없던 게 팬들을 마누라라 부르며 공백기 동안 바람을 폈네, 안 폈네 얘기하는 거였다. 정말 오글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는데 팬들은 그걸 그대로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랬던 사람이, 그렇게 관계 형성을 했던 사람이 자신의 (두 번째) 결혼 소식을 알리며 "나의 오랜 친구들에게"라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정말 말 그대로 홀딱 깼다. 이건 마치 욕쟁이 할머니가 "왜 이러십니까? 손님"이라며 정색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코미디야, 코미디.

 4. 야구는 끝이 났다. 즐거웠다. 한국시리즈 4차전 때까지 최고의 명장으로 재평가 받는 듯하던 커감독은 다시 한 번 욕을 잔뜩 자시고 있는 모양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난 달감독보다 커감독이 더 좋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커감독이 달감독보다 선발야구를 하고 선수들을 혹사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달감독의 야구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KILL 라인을 아작 냈다는 것만으로 달감독은 나에겐 아웃이다. 얼마 전에 김기태 감독이 "선수 생명 팔아서 우승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 나에게 달감독은 선수 생명 팔아가면서 야구 했던 감독이다. 정말이지 고창성과 임태훈 굴린 걸 생각하면 남들처럼 그를 지지할 수가 없다. 난 승부사보단 선수를 아낄 줄 아는 감독이 좋다. 그깟 우승 안 해도 된다. 나에게 야구는 재미있자고 하는 거지, 남의 팔을 담보 삼아 하는 내기가 아니다. "우짜겠노. 이까지 왔는데."

5. 어떤 음악가가 트위터에 쓴 글을 보며 어떤 대상에게 기본적인 예의와 존중이 없는 음악가를 내가 굳이 존중해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나와(혹은 내 일과) 엮이지 않는 게 가장 좋은 거긴 한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그저 음악만 훌륭하면 소개하고 알리는 게 프로다운 행동인 걸까? 고민이 좀 필요할 것 같다. 하여튼 생각 없는 음악가들 때문에 레이블 관계자들만 고생.

 6. 내가 평소에 황희 정승 드립을 잘 치는데, 사실 황희 정승이 그리 훌륭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다. 와이로도 엄청 받고 매관매직도 하고 사위의 살인죄를 은폐하는 등 갖가지 구설에 올랐던 양반인데, 세종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한다. 다만 일을 잘하고 황희 정승만큼 일을 믿고 맡길 만한 적임자가 없어서 계속 중용한 거라고 한다. 이런 건 참 유구한 전통인 것 같다. 그 황희 정승이 지금의 김기춘이나 서청원 같은 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근혜 누나에겐 기춘이 형이나 청원이 형이 희 형만큼이나 유능한 존재일 것이다.

7. 많이 틀리는 맞춤법. 곽(X)이 아니고 갑(O)이 맞다. 보통 우유곽이라고 많이 하는데 우유갑이 맞다. 담배 한 갑을 생각하면 된다.

8. 북오프에 갈 때마다 가장 거슬리는 게 점원들의 영혼 없는 인사다. 손님이 들어오면 제일 처음 발견한 사람이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인사를 하고 그 인사를 들은 가게의 모든 점원들이 기계적으로 똑같이 인사를 따라하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싶다. 하는 사람은 수고스럽기만 하고 받는 사람은 아무 감흥 없이 시끄럽기만 한데. 이게 일본 문화인 건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고도 욕먹는 경우가 이런 게 아닌가 싶다.

 9. 요즘 가장 짜증나는 광고는 기업은행 광고. 그 꼬맹이가 충청도 사투리 쓰는 꼴을 보고 있으면 참 개갈 안 난다. 말끝에 "유"만 붙이면 그게 충청도 사투리인지 아는데 그 미묘한 뉘앙스는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양락이 형한테 좀 배우고 오든가. 이럴 때면 충청도 사투리 마스터였던 (이)문구 형이 그리워진다. 문구 형의 사투리 어휘력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형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충청도 사투리만 가지고 만든 '이문구 소설어 사전'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아무튼 문구 형과 양락이 형은 내가 같은 충청도인임을 자랑스럽게 하는 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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