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두 번째 '스탭 코드' 시간입니다. 음악을 좋아하다 보면 누구나 좋아하게 되는 뮤지션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렇게 좋아하는 뮤지션임에도 神급 뮤지션이 아닌 다음에야 실망스런 앨범을 한두 장씩 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준비한 주제, '내 너를 아끼지만 이것만을 봐줄 수가 없구나'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아끼고 애정하고 있는 뮤지션이지만, 차마 듣기에는 망설여지는 그런 앨범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들도 자신에겐 어떤 뮤지션의 어떤 앨범이 해당되는지 생각해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그럼 저희는 다음 달에 새로운 주제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다음 달에 만나요, 제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 브레인(No Brain) [안녕, Mary Poppins] (2003/CUJO)

망설임 따위는 필요 없었어요. N, O, B, R, A, I, N, 노 브레인이었으니까. [청춘 구십팔]. [청년폭도 맹진가], [Viva No Brain]까지- 영광의 시간들. 저는 그들의 새로운 음반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재빠르게 계산을 하고 집으로 총총 뛰어갔답니다. 그것은 당연할 일이었지요. 거듭 이야기 하지만, 노 브레인이었으니까. 오래된 전축에 노 브레인의 새로운 음반을 넣고, 위잉- 소리. 좋아하는, 그리고 존경하는 아티스트의 신보를 들을 때의 그 설렘이란, 두근- 두근- 심장은 남모르게 조금씩 속도를 높여갔습니다.

- 하지만 그 이후를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것이 마지막이었으니까, 노 브레인의 새로운 음반에 설레어하는 것은 그날이 마지막이었습니다. '怒'는 정말로 'No'가 돼버렸지요. 발표하는 음반을 들을 때마다 저는 느꼈답니다, 아- 이제 다시는 오지 않겠구나, 그들은. 일종의 배신이었다고, 모질게 말하자면. 이제는 아무 것도, 아무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10년 전의 그날들을 정말 '바보'로 만드는, 그런 행동들만 하지 않는다면- (단편선/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차드 애쉬크로프트(Richard Ashcroft) [Alone With Everybody] (2000/EMI) 
리차드 애쉬크로프트(Richard Ashcroft) [Human Conditions] (2002/EMI)
리차드 애쉬크로프트(Richard Ashcroft) [Keys To The World] (2006/Parlophone)
 

리차드 애쉬크로프트 솔로 앨범 전부 다. 예외 없이 용서 없이 세 장 다. 싸그리 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했다. 겨우 요 세 장과 버브(The Verve)의 11년을 바꿨다니, 이렇게 밑지는 장사는 일단 예의부터 아닌 거다. 바라만 봐도 터지는 울화통. 이건 한 사람의 가슴에 화병을 유발하고만 차원이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재앙이요 인류 문명의 발전을 저해하는 범죄다. (최훈교/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스타 우(Masta Wu) [Masta Peace] (2003/YG Ent.)

닥터 드레(Dr. Dre)가 자신의 앨범을 통해 스눕 독(Snoop Dogg)을 화려하게 데뷔시켰던 것처럼, 이현도는 [완전힙합] 앨범을 통해 재미교포 청년 마스타 우(진원)를 전면에 등장시켰다. 마스타 우의 등장은 정말로 신선했다. 버벌 진트(Verbal Jint)의 표현대로 '학교/종교/육교' 끝말잇기를 하고 있던 당시의 힙합 씬에서 마스타 우는 한국에서 자란 이들보다 더 유려한 몇 급수 위의 라이밍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랩으로써 그루브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보여주었다. 이후 여러 앨범들에 참여해 들려준 그의 랩은 그의 앨범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고, 그 앨범은 도저히 구릴 수 없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현도의 품을 떠나 YG 엔터테인먼트에서 낸 그의 첫 앨범은 그 모든 기대를 무참하게 만들었다. 이현도의 비트 위에서 날아다니던 그의 랩은 자신이 만든 그 빈약한 비트 위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아무도 그에게 프로듀서로서의 마스타 우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는 굳이 대부분의 비트를 만들며 앨범의 질을 떨어뜨렸다. 결국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구입했던 그의 앨범은 나의 손을 떠나 남의 집 시디장에 꽂혀있게 되는 신세가 됐다. 직거래를 통해 팔았다면 5천원을 받았을 것이고, 중고CD 가게에 넘겼다면 2천원 미만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랩만은 결코 그런 저가에 거래될 상품이 아니다. 다행히도 그의 2집은 완전하게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1집에서의 불명예를 어느 정도는 회복시킬 수 있는 수준의 앨범이었다. 난 여전히 그의 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그가 한국에서 가장 랩을 잘 하는 MC라 생각하고 있다. (김학선/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스 데프(Mos Def) [The New Danger] (2004/Universal)

2004년 10월 일병이 됐고 맞다가 졸릴 만큼 오랫동안 맞아봤다. 굉장히 건조했던 시기였기에 마침 11월에 집에 갈 기회가 있던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집에 와서는 정은임과 장정진을 늦게나마 추모했고, 노리고 있었던 모스 데프의 신보 [The New Danger]를 들었다. 전작 [Black On Both Sides](1999)는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한겨울 눈밭에서 잠들지라도 가슴에 품고 있으면 얼어 죽지 않을 거란 믿음? 뭐 그런 거였지. 그래서 신보에도 기대가 컸는데…. 좀 그랬다. 그땐 정말이지 위로가 필요했는데 덕분에 건조함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복귀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앨범을 팔 일이 생겨서 세 달 동안 이걸 팔려고 별짓 다했지만 팔리지도 않더라. 이젠 어쩔 수 없다는 기분이다. 안고 가야지. 이런 앨범이 나중에 가면 정든다. (문정호/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 [Jagged Little Pill Acoustic] (2005/Warner)

나는 앨라니스 모리셋을 좋아해본 적이 없으니까, 나의 '봐줄 수 없음'은 그녀 개인이 아니라 [Jagged Little Pill]에 대한 것이 된다. 나는 최소한 추억이 있고, 그 시절에는 제법 시간도 투여했다. 그런데 전설적인 미국 데뷔 앨범 10주년을 기념하는 어쿠스틱 셋은 전설적으로 게으른 기획일 뿐만 아니라 전설적으로 후지다. 심지어 저 커버는 뭔가? 중국산 짝퉁도 아니고 학교 뒷골목 복사집 수준이다. 이건 10주년 디럭스 판을 내면서 3번째 보너스 디스크로 끼워 줬어도 실례다. (서성덕/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인권 [전인권과 안 싸우는 사람들] (2004/동아뮤직)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한국대중음악사의 명반을 꼽을 때면 늘상 최고의 음반으로 꼽히는 들국화의 리드보컬이자, [전인권·허성욱 - 추억 들국화]와 [전인권 1집] 앨범을 통해 불멸의 사자후에 오른 전인권은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수차례의 약물파동과 차마 언급하기 곤란한 스캔들을 거치며 그는 왕년의 록커로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던 카리스마를 완전히 희화화해버렸다. 음악 밖 자신의 삶을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이해한다손 쳐도 2004년에 내놓은 그의 4집은 차마 두 번 듣기 힘든 졸작이었다. 저력도 없고, 깊어진 안목도 없이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안일한 노래를 부르는 2004년의 그와 <사랑한 후에>, <아직도>를 불렀던 아니 토해냈던 1980년대 말 그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왜 추억은 늘 스스로를 배반하고 마는 것일까. 부디 예술가는 스스로 파멸하는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라는 고정관념은 2008년 전인권에서 끝나기를 바란다. (서정민갑/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콰지(Quasi) [When The Going Gets Dark] (2006/Touch&Go)

콰지는 내게 있어 1998년 발견한 최고의 로큰롤이었다. 셀렉트 지의 연말부록 시디에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 디바인 코미디(Divine Comedy), 코넬리우스(Cornelius) 등과 함께 사이좋게 자리한 콰지의 <Happy Prole>은 정말 내가 꿈에 그리던 인디-로큰롤이었다. 샘 쿰스(Sam Coomes)의 일그러진 키보드와 자넷 웨이스(Janet Weiss)의 거침없는 드러밍은 짧고 굵은 악곡에서 더욱 빛났다.  [R&B Transmogrification](1997), [Featuring "Birds"](1998), [Fields Studies](1999)까지 콰지의 디스코그래피는 완벽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악곡이 점점 길어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 듯했다. 뭐, 취향에 따라 지금의 음반이 더 맘에 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이들이 '인민의 로큰롤'을 연주하던 시절을 잊어가는 게 불편했다. 2006년 작인 [When The Going Gets Dark]은 이전보다 다양한 시도들이 담겨져 있다. 이를 두고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엉뚱한 상상력과 괴팍한 사운드가 어우러지던 초기의 사운드가 사라져 가는 게 너무도 아쉽다. 그들의 2분짜리 로큰롤은 정말 천하무적이었단 말이다. (김민규/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쿠루리(Quruli) [Tanz Walzer] (2007/Pastel Music)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의 무수하고 자잘한 줄다리기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는 우리 인생을 돌아보면,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들의 번민 또한 두 말하면 잔소리, 안 봐도 비디오일 테다. 2007년에 발표된 쿠루리의 일곱 번째 앨범 [Tanz Walzer]는 앨범이 나오기 전에 싱글로 발매되었던 <Jubilee>에 불안불안해 하고 있던 나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한 장이다. 아, 이럴 수가. 키시다 형, 아무리 그 둘 사이에 번민을 해도 그렇죠, 클래식이 좋대도 그렇죠, 오케스트라 간지에 혹해도 그렇죠, 기타리스트가 밴드를 박차고 나가도 그렇죠, 저의 쿠루리가 이래도 되는 건가요. 폼 나는 건 알겠지만 한 곡 한 곡 넘어갈 때마다 '이건 아니죠오오'를 외치며 키시다의 가슴팍을 잡고 흔들고 있는 나의 애처로운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그게 또 그렇다. 쿠루리가 내 것도 아니고, 결성 10년이 훌쩍 넘은 밴드에게 언제나 처음 같은 모습을 보여달라 조르는 것도 우습고, 앨범 자체의 완성도로 보자면 그렇게 죽을 쑨 것도 아니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뜯어보면 여전히 내가 아는 쿠루리다운 면모들이 살아있는 앨범이건만, 그렇건만. 난 아직도 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들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쿠루리를 애정하는 마음엔 변함이 없건만 나의 애처로운 마음은 아직 단단히 삐져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의 마음이 그러건 말건 이 앨범 이후 이들이 내놓은 라이브 앨범의 제목은 [Philharmonic Or Die]. 쿠루리의 새 앨범들을 맘 편히 들을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할 것만 같다, 하아. (김윤하/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피트 락(Pete Rock) [NY's Finest] (2008/Nature Sounds)

뭥미? 형, 이건 아니잖아. 이게 '뉴욕 최고'의 모습이란 말이야? 사실 [Soul Survivor 2]에서부터 약간 조짐이 보이긴 했어. 설마 했는데 이런. 내가 보기에 형 비트는 세월이 갈수록 꾸준히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것 같아. 물론 이 앨범이 막 별 2개짜리라는 건 아냐. 근데 지금까지 형이 해놓은 게 있고, 형 이름값이 있는데 이건 너무하잖아. 내가 형의 변화된 사운드에 적응 못하는 거야? 내가 이상한 거야? 딱히 귀에 박히는 트랙도 없고, 그냥 거의 다 평범하고 식상해. 이런 건 다른 애들한테 맡기고, 형은 좀 더 특별한 걸 해야 하지 않겠어? 만약 공정택이 이 앨범을 들었으면 '하향평준화'니 뭐니 떠들어댔을 게 분명해. 이러면 선거에서 진다구!

아무튼 내가 형 앨범 중에 몇 번 듣지도 않은 건 이게 처음이야. 홍보 영상 보면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 팀버랜드(Timbaland), 퍼렐 윌리암스(Pharrell Williams), 나인스 원더(9th Wonder),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 퀘스트러브(Questlove), 스위즈 비츠(Swizz Beatz)가 모두 등장해서 형 보고 "그는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전설적인 프로듀서다.", "그는 분명 힙합의 모든 시기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프로듀서다." <- 이러고 있는데, 결과물은 배신이었어.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다구! This can't be Pete Rock. (김봉현/보다)

http://bo-da.net/entry/스탭-코드-2-내-너를-아끼지만-이것만은-봐줄-수가-없구나?category=18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