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ache

mystery - freedom

시옷_ 2012. 1. 13. 16:26

저 멀리 미국에서 아무리 너바나가 지지고 볶고 있어도, 1993년의 한국은 여전히 헤비메탈이었다. 데뷔 앨범을 발표한 크래쉬가 맨 앞에 서고 수많은 중견·신진 밴드들이 그 뒤를 받쳤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밴드가 미스테리다. 경부 합작 밴드로, '부산 인베이전'의 주역이었던 이시영, 김동규, 박철우와 연주 밴드로 이름값을 높이고 있던 파트 포의 안회태와 서안상이 뜻을 모으면서 미스테리가 결성됐다.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받던 서울의 안회태와 (개인적으로 헤비메탈 보컬리스트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생각하는) 부산의 명창 이시영의 만남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큰 기대를 모으며 발표된 앨범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실망을 낳았다. 무엇보다 방향이 모호했다. 하이 테크니션 밴드로 갈 건지, 대중적인 밴드로 갈 건지, 내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아무래도 이시영이 곡 작업을 주도했기 때문인 걸로 짐작된다. 안회태는 창작에 큰 소질이 없는 기타리스트였고, 작곡을 거의 도맡아 한 이시영은 이후 행보로 볼 때 이미 대중적인 방향으로 많이 기울여져 있던 걸로 보인다(앨범 곳곳에서 보이는 종교적인 흔적도 독실한 개신교인인 이시영의 영향). 이 노래도 성경에서 노랫말을 따온 걸로 기억하는데, 음악적으로 이런 방향으로만 앨범을 내줬으면 아주 좋아라 해줬을 것 같은데 애매한 트랙들이 군데군데 걸렸다. 이시영은 이후 모비 딕이란 밴드를 결성하고 솔로로도 활동하는 등 더 대중적인 방향으로 나갔고, 안회태는 독일의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인 톡식 스마일의 멤버로도 잠깐 활동했다(최근에 이덕진과 함께 밴드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서안상은 멍키헤드를 만들어 생각지도 못한 대박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