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소소

시옷_ 2010. 12. 7. 10:23

1. 2011년의 첫 달력은 파파존스로부터 받았다.

2. 요즘 보고 있는 미드, [breaking bad]와 [walking dead]. [breaking bad]는 시한부 암 선고를 받은 딸깍발이 화학 교사가 가족들에게 돈을 남겨주고 죽기 위해 직접 마약을 제조하면서 일이 점점 커지는 게 대충의 내용인데 우왕- 이거 재미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도 그렇지만 내 고등학교 시절 물리나 화학 교사들도 하나같이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었고, 그들도 굳이 학생들과 교감을 나누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수업 시간 내내 단 한 번도 농담을 건넨 적이 없으며 학생들에게 발표라거나 뭘 시킨 적도 없었다. 애들이 잠을 자건 딴 짓을 하건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들 진도만 나가는, 학생들 입장에선 최고의 교사였다. 내가 무슨 이런 삼돌이 새끼들과 과학에 대해서 얘기를 하겠느냐, 하는 생각을 가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해가 좀 간다.-_-

3. 이어서, [walking dead]는 요즘 인기몰이중인 좀비물 미드. 내가 좀비물을 잘 안 봐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원래 좀비가 뛰는 설정이 가능한 거였나? 난 좀비가 무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뛸 수 있는 좀비라니 이거 왠지 무섭다.-_- 첫 회부터 너무 재미있어서 앞으로 한 주씩을 어떻게 기다리나 했는데 다행히(?) 6회를 마지막으로 시즌 1이 끝났다고 한다. 지금 5회까지 본 상탠데, 좀 있다 6회 볼 생각에 두근두근.

4. 하드커버 책은 영 불편하다. 얼마 전에 읽은 고종석의 소설 [독고준]도 하드커버라 읽기에 불편했다. 소장용으로 그렇게 만든 거라면 아예 2가지 버전으로 따로 내줬으면 좋겠다. 그런 뜻에서, 역시 녹색평론사 책들이 짱이다. 재생지로 만들고, 표지에 비닐조차 씌우지 않아서 갖고 다니면서 읽기에 가장 가볍고 편하다. 마침 지금 읽고 있는 책도 녹색평론사에서 나온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아, 이런 책 읽으면 안 되는데.-_-

5. 옛날 드라마 [TV 손자병법]에서, 윗사람들한테 굽실거리고 아랫사람들에게 치이는 만년과장 이장수(오현경)를 보면서 어린 나이에도 세상살이가 만만찮은 거구나, 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다. 만년과장 하니까 생각난 건데, 초등학교 다닐 때 부모님 직업을 쓰는 칸에 아버지의 직업을 만년과 과장이라고 쓴 적이 있다. 당시 아버지는 경리과장이었는데 엄마가 하도 만년과장이라고 해서 난 만년과라는 부서가 따로 있는 건지 알았다. 부끄럽진 않다.-_-

6. 요즘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앨범을 즐겁게 듣고 있는데, <비켜줄께>라는 제목이 자꾸 거슬린다. 음반에 제목들이 맞춤법이 틀리거나 띄어쓰기가 잘못 돼있으면 유난히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그냥 간단하게, '께'라는 말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켜줄게, 약속할게, 이렇게 쓰면 되는 걸 굳이 쉬프트 키를 눌러서 쌍기역을 만든다. 이런 것에 대해서 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영어 스펠링 틀린 걸 지적하면 얼굴이 벌게질 것이다. 흑형들 간지 따라한다고 맞춤법까지 일부러 틀리게 표기했을 리는 없고, 최종적으로 음반이 나올 때까지 이를 아무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 좀 씁쓸하다.

7. 요즘 가끔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man vs. wild]를 보는데, 여기 나오는 '생존甲' 베어 그릴스 형은 레알인 듯. 아무리 역겨워도 단백질만 얻을 수 있다면 사마귀든, 애벌레든, 동물의 사체든 일단 먹고 본다. 단백질 덕후. 단백질밖에 모르는 바보. 아무리 TV용 눈속임이 있음을 감안한다 해도 고난의 행군인 건 변함이 없을 텐데, 베어 형이야 이렇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이름값도 얻을 수 있지만, 같이 따라다녀야 하는 카메라맨은 대체 무슨 업보를 지었기에….

8. 최철원 같은 인간이야 원래 개새끼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난 처음 소식을 듣고 그 옆에 있던 임원들이 더 괴물 같아 보였다. 피해자가 맞고 있는 동안 그 인간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고만 있을 수 있는 걸까. 영혼이 없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이래서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같은 책을 자꾸 읽게 되는 거.-_-

9. 난 리영희 선생에게 사상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세대도 아니고, 실제 읽은 선생의 책도 몇 권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분이 훌륭한 삶을 살고 가셨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명복을 빈다.

10. 핏발 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