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ache

어떤날 - 너무 아쉬워하지 마

시옷_ 2010. 11. 1. 02:08












병우 형의 공연을 보고 왔다. 온전히 어떤날의 노래를 한다는 이유 때문에. 객원 보컬로 무대에 선 유희열이 자신에게 어떤날의 음악은 그 어떤 음악보다도, 비틀즈보다도, 베토벤보다도 훌륭한 음악이라고 얘기했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반 가운데 단 한 장을 고르라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어떤날의 첫 앨범을 고를 것이다. 병우 형 역시 이번 공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 듯 어떤날 앨범을 녹음할 때 썼던 기타와 이펙터를 그대로 가져왔고, 더 놀랍게도 1집 속지 사진을 찍을 때 입었던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당시 동진이 형이 미국에 갔다올 때 사다준 티셔츠라고 한다).

유희열이 <출발>과 <너무 아쉬워하지 마>를 불렀고, 이적이 <하늘>과 <초생달>을 불렀다. <초생달>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이적 특유의 창법과 바이브레이션 때문에 <하늘>은 영 어색했다. 어떤날의 노래에는 기교 같은 게 들어가면 안 된다. 그래서 유희열의 수줍은 목소리가 더 잘 어울리고 좋았다. <너무 아쉬워하지 마>의 기타 인트로를 들을 때는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그런 날에는>은 노래 없이 기타 연주로 들려줬는데 병우 형 자신도 감회에 젖었는지 눈빛이 많이 흔들렸다. 동익이 형과의 관계가 좀 소원해진 걸로 알고 있어서 같이 못해서 아쉽다는 그런 얘기가 그저 인사치레일 거라 생각했는데, 몇 차례나 다음에는 꼭 동익이 형과 함께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대망의 앙코르. 병우 형은 무대에서 처음으로 노래를 한다며 기타 연주와 함께 <오후만 있던 일요일>을 나직이 불러줬다. <지금 그대는>을 불러줬다면 더욱 더 황홀했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같은 추억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뱉는 '작은 숨소리'와 공기로 가득했던 무대. 내 모든 진심을 다해, 동익이 형과 병우 형이 함께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