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1. 좀 바빴다. 이래저래 잔일들이 많아서 (충청도식 표현으로) '마음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2. 그깟 공놀이.
3. 그깟 공놀이, 라곤 썼지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책상 위에 100원짜리 동전 3개가 있었는데 그거 때문에 삼성이 이겼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제 아시안 게임 때까지는 야구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응원하고 싶은 팀이 없어.
4. 전국에 5대 짬뽕이란 게 있는데 대전 충남대 근처에 있는 동해원 짬뽕이 전국 5대 짬뽕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추석 때 친구들을 만나서 동해원에 가려고 했는데 친구 하나가 더 맛있는 곳을 안다며 도로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짜장 집으로 데려갔다. 아, 태어나서 가장 맛있는 짬뽕을 먹었다. (나의 모교인) 유성고등학교 근처에 있는 곳이었는데 길눈이 아예 없는 나는 혼자서 다시 찾아가지는 못할 것 같다. 다음에 대전 내려가면 다시 먹어야지! 양도 많고 맛도 좋은 짬뽕을 먹고 커피 한 잔씩을 마시며 모교 교정을 서나서나 거닐었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
5. 추석 때 했던 '아이돌 육상선수권 대회'. 지금까지 제작됐던 명절 특집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병신 같지만 멋있었던 괴작 프로그램이었다.
6. 추석 명절 동안 가져갔던 책을 다 읽어버리는 바람에 대전 집에 있던 단편소설 모음집들을 다시 읽었다. 1990년대 등장했던 작가들의 등단작만을 모은 <새로운 작가군단 데뷔 작품집> 같은 것들. 한동안 이런 책들을 읽지 않았었는데 오랜만에 읽으니 잘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문학에서 나오는 <올해의 좋은 소설>을 꼬박꼬박 모으던 시절도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까맣게 그 존재조차 잊게 됐다. 친구 하나는 <이상문학상>을 모았었는데 지금도 모으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오랜만에 단편소설 읽는 맛에 빠져서 요즘 많이 읽고 있다. 지금은 <광장> 출간 40주년을 기념해 최인훈의 제자들이 헌정한 <교실>을 읽고 있다.
7. 얼마 전 화제가 된 만화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을 그린 만화가가 알고 보니 강촌이었다. 허영만이나 이현세, 박봉성 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동촌과 함께 괜찮은 야구 만화를 많이 그렸던 만화가였는데 이렇게 몰락(?)한 것을 보니 좀 씁쓸해졌다. 이제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만화가. 아무 곳에서도 불러주지 않는 만화가. 나의 추억을 장식하고 있는 한 축이 이런 식으로 퇴락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씁쓸하다.
8. 운동 경기 도중 작전 시간을 보고 있으면 불편해진다(특히 배구 경기). 감독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반사적으로 무조건 "네!"라고 외치는 모습. 얼마나 맞으며 배웠으면 저런 반응이 나올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좀 불편해진다. 박희상이 벌써 감독이 됐던데, 이런 젊은 체육인들이 조금이라도 바꾸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9. 요즘 꼽등이 열풍에 땅강아지까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난 어렸을 때부터 꼽등이를 징그럽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요즘 어린 친구들은 안 그런가보다. 연가시 때문에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땅강아지 사진을 보고도 혐오감을 표하는 이들이 있던데, 땅강아지가 얼마나 귀여운데! 가만히 만져보면 벨벳을 만지고 있는 듯한 촉감마저 든다. 아, 땅강아지 직접 본지도 너무 오래 됐다. 현기증 날 것 같아.
10. 이달의 우수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