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ache

red army chorus - warsovienne

시옷_ 2010. 7. 5. 23:37



월드컵에서 얻는 또 다른 재미는 각 나라의 국가 감상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위엄 돋는 국가는 러시아와 터키의 국가라고 생각한다. 특히 모든 관중이 함께 국가를 부를 때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원정팀의 입장에선 오줌 좀 지릴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러시아의 국가를 듣고 있으면 자연스레 '붉은 군대 합창단'의 노래들이 생각난다. 동토의 차가운 기운과 대륙의 역동성, 여기에 뜻하지 않게 발견되는 서정성까지 더해진 노래들. <바르샤바 여인>이란 제목처럼 이 노래는 원래 폴란드 민요였지만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 군대가 가사를 러시아어로 바꿔 다시 불렀다 한다. 6·25 한국전쟁 때 전파된 이래 수많은 소녀들의 고무줄놀이에서 곧잘 불리던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라는 노래의 원곡이라는 설이 있다. 적성 국가의 노래를 (다른 때도 아니고) 전시에 불렀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어쨌거나 반복될수록 더 비장해지고 웅장해지는 이 노래의 위엄 역시 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