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박준흠: 조덕환은 언제 만났나?
전인권: 그는 허성욱, 최성원보다도 먼저 만났다. 따로 또 같이를 그만둘 때 비원 앞 한 카페에서 조·이(조덕환, 이영재)라는 듀엣으로 활동하던 그를 만났다. 당시 둘은 정말 대단했다. 조지 해리슨의 <my sweet lord> 등 분위기 내기 어려운 곡들을 잘도 소화했다. 그는 내가 굉장히 좋아했다. 그들의 자작곡들은 나중에 한영애 등이 불렀다.
박준흠: 당신은 조덕환이 만든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에 반해 그와 음악을 같이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전인권: 그렇다. 그 노래는 조·이 당시 들었던 곡이다. 당시는 그와 거의 매일 만나 밤새 먹고, 마시고, 놀곤 했다.
박준흠: 그 당시 라이브에서 조덕환은 일렉트릭 기타 연주자였고, 최구희와 손진태는 세션 기타리스트였다. 분명히 곡 만들기에 재능이 있었고 뛰어난 보컬리스트였던 조덕환이 탈퇴한 이유는 문제가 있어서였나?
전인권: 개인적으로 그를 매우 좋아하지만 당시 여건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은 불안했다. 왼손잡이인데 기타 치는 것을 오른손으로 바꾸면서 튜닝 감각도 사라졌다. 또한 생각하는 게 이국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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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흠: 들국화는 따로 또 같이에 어느 정도 영향 받았다고 생각하는가?
이주원: 영향을 안 받았다고도 할 수는 없지만 받았다고 말할 근거도 없다. 개인적으로 들국화 4명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들에게서 빛을 보는 듯했다. 4명은 음악적으로 최고의 성정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들국화라는 이름으로 4집까지만 냈었더라도 우리 대중음악에서 록의 가요화는 제대로 되었을 것이다.
박준흠: 조덕환이 들국화 데뷔 직후 나간 이유는?
이주원: 그의 음악적 성정은 굉장히 뛰어났다. 그런데 테크닉이 약간 모자랐다. 여하튼 그는 보이지 않는 외압으로 나갔다. 그 뒤 테크닉이 뛰어난 연주자가 들어왔지만 본래의 빛남은 깨어졌다.
들국화의 첫 번째 기타리스트였고, 이 노래를 만든 주인공인 조덕환이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혼자는 아니고, 역시 들국화의 드러머였던 주찬권과 함께 한다. 또 최성원도 게스트 형식으로 앨범 작업에 참여할 거라 하니 이만하면 들국화의 재결성 앨범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다만 건강이 많이 안 좋은 전인권은 참여할 수 없어 들국화란 이름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한다. 문득 허성욱이 살아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덕환은 들국화의 역사적인 데뷔 앨범에서 이 노래 말고도 <세계로 가는 기차>와 <축복합니다>를 만들었다. 주찬권 역시 다재다능한 음악인이다. 기대해도 좋다는 얘기들이 풍문으로 들려온다. 들국화 데뷔 앨범 발표 25주년이 되는 올해, 조덕환의 음악을 다시 만날 수 있다니 감회가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