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hara - i can't say
내가 '인천 헤비메탈의 심장' 사하라에게 가졌던 호감의 절반 이상은 아마 우정주의 목소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록과 헤비메탈을 듣기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좋아했던 보컬리스트는 날카로운 고음을 자랑하는 보컬리스트가 아니라 중저음이 매력적인 보컬리스트였다. 그래서 그 어떤 보컬리스트들보다 데이비드 커버데일과 임재범을 좋아했다. 그런 점에서 사하라의 우정주는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보컬리스트였다. 사실, 이 앨범은 녹음이 워낙 별로여서 우정주 보컬의 매력을 절반도 담아내지 못했다. 라이브에서 듣는 우정주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정말 개멋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화이트스네이크의 <fool for your lovin'>과 블랙 사바스의 <heaven and hell>을 가장 근사하게 부르던 싱어였다. 그러나 우정주는 사하라의 1집 앨범을 마지막으로 2집 앨범 작업에서 배제되는데, 계속해서 화이트스네이크와 딥 퍼플 류의 전통적인 록 음악을 하고 싶었던 그와, 미국으로의 기타 유학 후 드림 씨어터 같은 음악을 하고 싶었던 인재홍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밀렸던 것으로 보인다. 음악적인 완성도는 당연히 2집을 더 쳐줘야겠지만, 개인적인 애정은 1집에 더 간다. 앨범 제목이 무려 [the seven years of drought]이다. 정말로 이 1집을 만들기 위해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오래 기다린 1집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만들지 못하고, 만들고 난 후에는 밴드를 떠나야 했다는 사실 때문에, 이 앨범을 들을 때마다 좀 짠해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