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1. 무사 귀환.
2. 친구가 밥을 사줘서 5만5천 원짜리 청요리 코스요리를 먹었는데. 아무래도 난 고급 코스요리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한정식이건, 일식이건, 중식이건 간에. 거기서 고급 재료라고 쓰는 것들이 나의 초딩입맛과는 맞지를 않는다. 큰 새우 하나를 매운 양념에 버무린 요리가 나왔을 때 잠시 행복했다. 젠장. 양장피나 먹자고 했더니, 아오.
3. 밥 먹을 때 친구가 박성효(대전시장) 욕을 잔뜩 하면서 대전이 시 to the 망했다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가끔씩 대전에 갈 때마다 너무 좋아서 나중에 다시 여기 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주민만족도도 대전이 항상 최상위권이던데. 지금 부모님이 계시는 노은지구나 전에 살았던 정부청사 쪽은 계획도시로 잘 꾸며서 깨끗하고 조용하니 좋다. 특히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딱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이번 지방선거에선 큰 이변이 없는 한 홍철이 형이 시장이 될 것 같다. 철새니 뭐니 해도 대전시민들은 홍철이 형이 시장으로 있던 시절을 최고로 치는 것 같다. 지난번에도 당연히 홍철이 형이 되는 거였는데 근혜 누나 칼빵 사건이 나는 바람에 반나절만에 엎어졌다. 민주당에선 김원웅 정도가 나올 것 같은데 아무래도 어렵지 싶다.
4. '추노'에서 한섬이와 썸씽이 나려다 허무하게 죽은 박상궁이 사현진이란 얘기를 듣고 깜놀했다. 예전 얼굴과 전혀 다른 거 같은데, 나이 잘 먹은 것 같다. 난 사현진을 여성 그룹 SOS의 멤버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사현진을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 '비트'에서 정우성에게 엉기던 '그녀'로 기억하고 있었다. 맞다, 영화에서 좀 찐한 장면을 찍었던 게 사현진이었지. '추노'가 아니었다면 사현진이란 이름을 다시 기억할 일이 있었을까. 나의 기억 속에는 이렇게 잊혀진 이름들이 얼마나 많을까.
5. 어금니는 결국 사망선고를 받았다. 치료를 해준 정선생님 말에 따르면, 더 이상 나빠지려야 나빠질 수가 없으니 내년 자기 개원할 때쯤에 대학병원 가서 어금니와 사랑니를 뽑고 오면 싸게 임플란트를 해주겠단다. 그래서 딱히 치료라고 받은 건 없고, 그냥 스켈링만 하고 왔다. 부쩍 양치질과 가글을 자주 하고 있는 요즘.
6. 홍대 다니다 보면 만나게 되는 막걸리 아저씨가 망원동에까지 진출해 있는 줄은 몰랐다.-_- 얼마 전에 일이 있어서 망원동엘 갔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막걸리 아저씨가 무슨 소린지 잘 못 알아듣겠는 특유의 추임새를 넣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한 번도 사드린 적이 없어서 괜히 죄송스런 마음인데, 최근에 막걸리가 다시 인기라고 하니 많이 파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홍대 명물로 오래오래 봤으면 좋겠다.
7. 스위트피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라이브 앨범을 들었는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김민규가 좋은 노래 많이 만들었구나. 김민규가 만든 노래들 가운데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곡은 5집에 있는 <quicksand>. 5집이 비록 망한 앨범이지만 <quicksand>만은 레알이다.
8. 대전 집에는 지금 부모님만 계시기 때문에 컴퓨터도 없고 오디오도 없다. 그래서 대전에 내려가면 할 수 있는 건 산 지 10년은 더 된 파나소닉 휴대용 시디플레이어와 대형마트에서 산 만 원짜리 스피커를 연결해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것뿐이다.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와 '야구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비틀즈를 듣고 코린 베일리 래를 듣고 폴 데스몬드를 들었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
9. 난 박동희를 최고의 야구 기자라고 생각한다. 가끔씩 무리수를 둘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만한 필력과 성실함을 갖춘 기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는 글을 쓸 때나 야구 해설을 할 때 비유를 상당히 많이 드는 편인데, 이런 표현을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줄은 몰랐다. 얼마 전 네이버에 올라온 일본 야구 기자 기무라와의 대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박동희의 인사말이었다. "와인과 기무라 씨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이 있게 숙성한다'는 것입니다. 세월 가는 걸 두려워하실 이유가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웃음)." 아, 사람을 직접 앞에 두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_- 내가 기무라 형이었으면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었을 듯.
10. 아, 빨리 야구 보고 싶다. 움짤은 미래 곰탱이들의 에이스가 될 성영훈의 개슬라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