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1. '추노' 쩐다. 하- 몇 년 만에 닥본사할 드라마 될 듯. 극의 짜임새나 영상도 좋고, 무엇보다 조연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다. 고증도 철저히 했는지, 극중 남자들끼리 '언니'라고 부르는 게 무척 신선했다. 예전에 '임꺽정'이었는지 '장길산'이었는지 소설에서 남자들끼리 언니라고 부르는 걸 보면서 옛날에는 남자들끼리도 언니라고 불렀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티브이에서 그걸 세심하게 재현하니 뭔가 믿음이 갔다. '추노' 때문에 '한성별곡'도 다운받았음.-_-
2. 어제 정말로 순전히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러 인천에서 공덕동까지 갔다 왔다. 역시 내가 짱이다. 탕수육도 짱이다.
3. 어젠가 듀게에서 '더 알려졌어야 할 소설가'라는 게시글이 올라왔었는데 이혜경을 꼽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정말 과소'평가'조차 되지 않는 소설가. 첫 작품인 '길 위의 집'부터 혜경이 누나는 언제나 짱이었다. 읽다보면 마음이 서늘해진다. 정말로 더 알려져야 할 소설가다.
4. 투애니원의 <in the club>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가사를 봤는데, 하- 이거 은근 야하네? 이런 걸 19금시켜야지. 이런 가사를 중학생들이 따라 부르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다. 내가 꼰대가 된다 해도.
5. 'mbc life'라는 채널이 새로 생겼다. 다큐멘터리를 위주로 하는 채널인 것 같은데 이거 요즘 잘 보고 있다. 고층빌딩 창 닦기나 참치 하역 같은 일들을 다룬 '극한직업'이라든지 몽골 기행 같은 것들도 깊이가 있고 좋았다. 야구 때문에 고급 채널을 보고 있는데 온게임넷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서 어딜 갔나 봤더니 iptv인지 뭔지로 옮겨갔다고 한다. 하- 암튼 케이블 업자들은 안 돼. 될 수가 없어.
6. 이오덕 선생의 '우리 글 바로쓰기' 개정판(고침판)이 나온 걸 기념해서 한 권 샀다. 선생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는 건 아니고, 때로는 지나치다 생각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여러 면에서 반성하게 된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쓰는 '-的'이나 '-化' 같은 말들은 쓰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말들이었다. 일단 '중 -> 가운데', '의미 -> 뜻'처럼 쉽게 고칠 수 있는 것들부터 고쳐나가야겠다. 새해 글쓰기 목표는 '쉽게 쓰기, 간결하게 쓰기, 외국어 쓰지 않기'이다.
7. 요즘 옛날 잡지들, 서브, 비트, mdm들을 다시 쭉 훑어보고 있다. 종이 잡지란 게 참 매력적이고 낭만적인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종이 잡지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모양이다. 이제 남은 음악 잡지라곤 재즈피플이나 mmjazz 정도가 다인데, 재즈피플 같은 경우는 아쉬운 점들도 있지만(특히 리뷰), 그래도 애정을 갖고 꾸준히 봐줘야겠다.
8. 작년 말에 청탁받았던 원고 하나를 아직도 못 끝내고 있다. 내일까지 무조건 마감! '우주와 음악'이라는 거창한 주제이지만, 별 건 아니고 그냥 우주에 어울리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될 것 같다. 우연찮게 당시에 '코스모스'를 다시 읽기 시작했고, 영화 '더 문'을 봤으며, 미드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영화 버전을 보기도 했다. 아무튼 주제를 듣고 맨 처음에 생각난 건 브루크너의 9번 교향곡이었는데, 그건 잠시 넣어두고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스피리츄얼라이즈드의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를 골랐다. 앨범 제목부터 그냥 우주의 세계가 펼쳐진다. 새삼스럽지만, 1997년은 정말 미친 해였던 것 같다. 스피리츄얼라이즈드의 이 앨범과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 버브의 [urban hymns]가 같은 해에 나왔다. 우왕-
9. 아직도 매체에서 '처녀작' 운운하는 글들을 볼 때가 있다.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주고 싶다. 처녀작이라고 쓸 거면 숫총각작, 동정남작, 이런 표현도 함께 써주자.
10. 각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택배 회사 욕하는 글들을 많이 보는데 대체 욕 안 먹는 택배 회사는 어딘지 궁금하다. 로지스건 옐로우캡이건 대한통운이건 이건 뭐 다들 최악의 택배 회사라고 하니. 택배 기사들 힘들다는 글이 올라오면 댓글로 호응해주다가, 다시 누군가 택배 회사 욕하는 글을 올리면 또 거기에 신나서 맞장구를 쳐주니 이건 당췌.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좀 늦는 것 가지고 뭐라고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부러 늦는 것도 아니고, 그 불평불만 때문에 서두르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일이다.
11. 김운경이 극본을 쓰고, 손현주가 출연하는 드라마가 제작된다고 한다. 만세! 마산 문화방송에서 4·19 혁명 50돌을 기념해 김주열 열사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이 드라마의 극본을 운경이 형이 쓴다. 현주 형은 주인공은 아니고, 친일형사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악역 손현주라니, 완전 기대. 이 형들은 진짜 짱이다. 나보다 더 짱이다. '서울의 달'과 '기막힌 사내들'로 모든 얘기는 끝난다. 논쟁의 여지가 없다. 예전 현주 형이 했던 인터뷰 가운데 기억에 남는 첫 인사. "다방 같은 데서 만나지, 왜 이런 청담동 카페에서 만나나. 도대체 차 한 잔을 어떻게 이렇게 비싸고 주고 마시나." 현주 형은 돼. 될 수밖에 없어.
12. 돼지 저금통을 깼다. 정확히 19만 9백 원이 나왔다. 원래는 저금통 깨서 레드 제플린 박스세트를 사려고 했었는데 요즘 플스가 좀 많이 땡겨서 아마도 플스 중고를 살 것 같다.-_- 레드 제플린 박스세트는 서태지 박스세트 팔아서 사야지. 하- 빨리 스맥다운 하고 싶다!
13. 흑인음악을 기본으로 하나 다른 여러 음악도 즐겨 듣는 김봉현 씨의 블로그가 개설되었다. 앞에 김봉현 씨에 대한 소개는 본인이 부르는 대로 쓴 것이다. 블로그에 들어가면 그의 어린 시절 사진이 가장 먼저 눈에 띌 것이다.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 씨는 이런 말을 했었다. "블로그에 자기 사진 걸어놓고 자기 직업 공개해놓은 사람 치고 좀 안 이상한 사람 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