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소소

시옷_ 2009. 2. 3. 10:53

1. 어머니는 가끔 검버섯을 저승점이라 부르곤 하신다. 현대 왕회장이 티비에 나올 때면 항상 "저 냥반은 얼굴에 웬 저승점이 저렇게 많이 피었냐?"라고 말하셨다. 저승점. 참 섬뜩하면서도 아름다운 말이란 생각이 든다.

2. 아프리카계 미국인. 난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올바른 척 하느라 공적인 매체에 글을 쓸 때는 의식적으로 흑인이란 말 대신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란 말을 써왔는데 앞으론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란 말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들을 다르게 보고 있다는 차별의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장애인들을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로 만들어버리는 장애우란 말을 내가 무척 싫어하는 것처럼,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란 말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백인을 유럽계 미국인이라고 쓰지 않는 것처럼, 흑인들 역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고 쓰지 않겠다. 그냥 말 그대로 흑인은 검은 피부의 사람이고, 백인은 하얀 피부의 사람이다. 난 누런 피부의 황인이다.

3. 팔자에도 없는 빅뱅의 기자회견에 참석해야 할 것 같다. 빅뱅이 무슨 자서전 비슷한 책을 낸 모양인데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를 한다고 한다. 한겨레 책·지성팀에서 아무래도 도서 담당보다는 음악 담당이 가는 게 낫지 않겠냐 부탁을 해서 딱히 거절을 못 하고 가게 됐는데 어째 계속 찜찜하다.-_- 가는 거야 아무 상관없지만 어떻게 기사를 써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책은 생각보다 좋다고 한다. 오늘 이걸 읽고 있어야 하네.-_- 암튼 빅뱅에선 난 동영배가 제일 좋다.

4. 홍대 주차장골목에 호타루란 이름의 음식점이 생겼던데, 그 간판을 보고 웃은 건 나뿐인가.

5. 시간이 좀 나서 서점에서 페이퍼를 잠깐 읽었는데, 조규찬 이번 리메이크 앨범에 대한 글이 있었다. 요지는 졸라 평이한 앨범이라 생각했지만 음악 하는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니 디테일이 졸라 뛰어나다는 것. 그건 음악 하는 사람은 다 안다는 것. 그 얘기를 듣고 다시 들어보니 역시! 뭔가 다르게 들리더라는 것. 난 정말 이런 얘기들이 진심으로 한심하다. 그런 디테일들이 모여서 그 음악을 좋게 만드는 거면 몰라도, 낱낱의 디테일들이 뛰어난 게 음악 좋은 거랑 대체 무슨 상관인가? 어떤 집이 참 볼품없고 부실하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야, 그 집 도배 풀칠이 기가 막히게 돼있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 가만 보면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항상 정해져있다. 90년대 이른바 고급가요 뮤지션들과 그 팬들. 정석원 같은 경우는 항상 자기가 음악 안에 숨겨놓은 트릭들을 사람들이 몰라준다고 징징거리는데 대체 그걸 왜 우리가 알아채야하지?

6. 오늘 듀게에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블로그를 추천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비공개로 글을 쓰는데 그게 검색이 돼서 소름이 돋았다나 뭐라나. 근데 비공개로 글을 쓰고 자기만 볼 거라면 왜 굳이 블로그를 찾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냥 메모장에 글 쓰고 하드에 넣어놓든지 일기장에 쓰든지 하는 게 낫지 않나? 세상엔 정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7. 새벽에 폭스티비에서 <똑바로 살아라>를 해준다. 몇 번을 봐도 역시 시트콤의 레전드라는 생각이 든다. <똑살> 마니아인 나로서는 <거침없이 하이킥>이 재밌다는 얘기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김병욱표 시트콤 순위는 똑바로 살아라 >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 순풍산부인과 > 거침없이 하이킥, 이다. <웬만해선>과 <순풍>의 순위가 바뀔 수 있겠지만 <똑살>의 위치는 절대불변이다. 이건 팩트임. 내가 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