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ache

다섯 손가락 - 이렇게 쓸쓸한 날에

시옷_ 2008. 11. 29. 00:10












이두헌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다섯 손가락의 1, 2집은 물론이고, 사실상 이두헌의 개인 프로젝트로 바뀐 3, 4집 앨범도 무척 좋아했다. 그의 음악,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서 풍겨 나오는 쓸쓸한 정서가 무척이나 좋았었다. 노래 앞뒤로 삽입된 비와 천둥소리, 그리고 노랫말은 지금 와서 보면 꽤나 유치한 '장근석 정서'라 폄하할 수도 있지만 '80년대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그 시대의 정서이기도 하다.

아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이두헌은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란 제목의 시집을 내기도 했었다. 시집이라고 별 건 아니고 자신의 가사를 책으로 엮은 거였는데, 가사들 밑에 각각의 사연을 세세하게 적어놓았었다. 이 노래의 가사는 평소에 잘 따르던 선배가 이민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떠나는 날 선배에게 적어준 메모였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발표했던 이두헌의 개인 앨범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버클리로 유학을 갔던 그는 역시나 지극히 '실용음악과스러운' 음악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만의 아우라는 미국 땅에서 모두 휘발되고 사라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