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련한 계획 하나를 세웠는데, 선풍기 없이 여름을 나는 거다. 사실 작년에도 마음을 먹었다가 끝내 7월 말에 무릎을 꿇었는데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잘 견디고 있다. 큼지막한 부채도 있고, 어찌됐든 최대한 버티는 데까지 버텨보려고 한다. 이렇게 해보는 데는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긴 하지만 굳이 말하진 않겠다. 때론 미련한 게 미덕이 될 수도 있다. 2. 일종의 결벽증이겠지만, '뒤'라고 써도 될 걸 '후(後)'라고 쓴 외부 원고를 하나 발견한 '뒤'부터 계속 마음이 쓰인다. 이런 사소한 것들부터 실수하지 말아야지. 3. 만약 간통죄로 법정에 선 주부에게 평소 아침드라마나 '사랑과 전쟁'을 즐겨 보냐고 물은 뒤 그렇다고 대답하면 그걸 대서특필하는 모습. "간통녀, 평소 '사랑과 전쟁' 즐겨 봐." 이런 코..
1. 요즘 음반 구매를 자제하고 있다. 기적적인 자제력이다. 퍼플 사장님 보고 싶다.ㅠ 2. 조카와 가끔 카톡을 하는데, 조카가 너무 무뚝뚝해 보인다며 마침표 좀 그만 찍고 하트도 붙여보고 하란다. 알았엉♥ 3. 요즘 들은 말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빙그레 썅년'. 난 최근에야 이 말을 알았는데 (여초 사이트를 중심으로) 진작부터 많이 쓰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감도 좋고, 듣자마자 바로 무슨 뜻인지 와 닿아서 특히 좋았다. 예전부터 대체 이런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늘 궁금해 했었다. 단순히 인터넷 신조어뿐만 아니라, 옛날에 유행했던 '옥떨메'니 하는 이런 말들 모두 다. 자기가 처음 쓴 말이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파되는 걸 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3-1. 또 하나, 들..
숨 막힐 듯한 뜨거움을 감당할 수 없었어 우린 역행하듯 더 거칠게 달릴 수밖에 없었어 너의 추억이 손에 잡힐 듯 어제 일인 것 같아 어두운 거울에 비친 모습은 실제보다 더 가깝게 보이곤 해 너의 노래와 나의 언어로 서로의 자신을 찾고 외로움으로 뭉친 가슴의 이 덩어리를 사랑이라 믿고 단골집 이모가 제발 싸움은 밖에 나가 하라고 하기에 우린 밖으로 뛰쳐나가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고함쳤지 네가 날 떠났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어 너를 미워하고 또 날 미워해야 했어 왜 내게 말할 수 없었니 그렇게 날 믿지 못했니 왜 그렇게 떠나가야 했니 첫 녹음을 하고 인정이란 달콤함에 길들여지고 그것에 중독되어 더 많은 욕망과 불안을 알게 되고 네가 날 필요로 했을 때 난 나만의 이유로 거기에 없었고 나의 친구이자 형제였던..
삶창(난 예전 이름 '삶이 보이는 창'이 더 좋다)에서 나온 류인숙의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를 읽었다. 노래들을 소재로, 그 노래에 대한 감상과 노래와 관련한 글쓴이의 여러 가지 추억들을 풀어 쓴 책이다. 이런 형식의 책들은 꽤 많지만(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닉 혼비의 노래들'), 가장 만족스럽게 읽었다. 김민기부터 김광석, 산울림, 박은옥 등등 주로 옛날 노래들이 많이 나오고 글쓴이의 이야기도 주로 먼 기억 속에서 나오는데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 가난한 시절의 이야기들이 굉장한 위로가 돼주었다. '위로'받는다는 것에서 김난도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서울 공장으로 일하러 떠나는 글쓴이를 보기 위해 새벽에 환타와 보름달 빵을 사가지고 온 친구의 마음을, 떠나기 전 남동생의 참고..
1. 마흔이 다 된 나이에 처음으로 곱창을 먹어봤다. 인생은 사십부터. 2. 전부터 하고 싶던 일이 하나 있었는데 5월부터 그 일을 하게 됐다. 누군가가 빠지고 그 자리에 들어간 게 아니라 내가 거기에 더해진 거라 더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난 참 운이 좋은 것 같다. 내가 그리 능동적인 사람도 아니고 게으르기까지 한데 늘 먼저 같이 해보지 않겠냐 제안을 받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책도 그렇고 온스테이지도 그렇고 이번에 맡은 일도 그렇다. 물론 내가 짱인 것도 좀 있지만,-_-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잘 해야겠다. 3. 얼마 전에 과천엘 갔다가 멘붕 겪고 왔다. 위치를 잘 몰라서 택시를 타야 하는데 이놈의 택시들이 하나같이 다 '서울 택시'라며 서울 가는 손님만 태운다고 하는..
엠팍에서 신기한 카톡 짤을 봤는데 대학교 단체카톡방에서 (남자)후배가 (여자)선배에게 "ㄱㅅ"라고 했다고 "말하는 꼬락서니 하고는"으로 시작해서 "말 잘라먹지 말자", "합니다 부쳐야지", "XX이 정신 놨나?", "너 정신병 있냐?", "니 친구야? 선배들이야", "손가락 좀 더 움직인다고 뒤지는 것도 아닌데"로 끝나는 답글들이 달렸다. 이런 답글들도 놀라웠지만, 엠팍에 달린 댓글들은 더 놀라웠다. 후배가 개념 없고 눈치 없다는 글도 상당수였다. 많아야 두세 살 차이일 텐데 대체 선후배란 게 뭐기에 "ㄱㅅ"라고 했다고 개념 없다는 얘기까지 들어야 하는 걸까. 학교 다닐 때도 한 학년 선배라고 가오 잡고 다니는 애들을 참 등신 같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들고 보니 꼴값도 이런 꼴값이 없구나. 참말로 정희 형..
1. 두근두근 야구 개막. 곰탱이들아 좀 잘하자. 2. 빨간(양념) 어묵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몇 년 전에 부천역 근처에서 본 뒤론 통 못 봤다. 맛있었는데. 혹시 홍대 근처에 파는 곳 있으면 제보 좀. 3. '마광수 사태(?)'에서 학생들을 옹호하는 의견들이 꽤 있다는 게 신기했다. 여튼, 그 사람들이 마광수를 까면서 주로 쓴 용어가 '꼰대'였는데, 이쯤 되면 꼰대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것 같다. 내 기분을 거슬리게 하는 사람, 혹은 나에게 잔소리하는 사람 정도로. 특히 듀게에서 내가 가장 꼰대 같다고 느끼는 소아무개가 '꼰대' 운운하며 마광수를 까는데 절로 실소가 나왔다. 꼰대가 참 애먼 데서 고생한다. 4. 요 며칠 외출이 잦았고, 약속과 약속 사이에 시간이 계속 떠서 영화를 봤다. [지슬]과..
"괴상한 놈 하나 왔다 갑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대충 알고 있지만, 유시민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다. 얼마 전 한 친구에게 내가 특히 '말바꾸기'나 '이중잣대'에 민감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유시민은 내가 아는 한 가장 많이 말을 바꿔온 정치인이다(오죽하면 그의 말바꾸기를 조롱하는 '유시민봇'이 생겼을까). 이른바 '말빚'이라는 것이다. 그가 참여정부 때 뱉었던 숱한 말들은 그 뒤로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그런 말바꾸기와 이중잣대는 극렬 유빠들에 의해 늘 '진정성'이란 말로 포장돼 꾸며져 왔다. 그가 정치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보여 온 언행이 그의 주장대로 '정당 혁신, 참여민주주의, 정책 경쟁'을 위해서였다고만 보기엔 이해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는 점들이 너..
1. 가끔씩 밖에 나갔다 시디를 사고, 얻고, 받고 집에 돌아와 보면 주문해놓은 시디들이 도착했을 때가 있다. 하루에 스무 장도 넘는 시디들이 한꺼번에 생긴 것이다. 그걸 한 번에 다 들을 수는 없으니 한 곳에 몰아두었다가 아예 잊고 지내는 경우도 있다. 가끔 처음 시디를 모으던 때가 생각난다. 한 장, 두 장 시디를 사면서 기록을 하고 드디어 백 장을 모았을 때의 그 기쁨 같은 것들. 확실한 건, 그때의 즐거움이나 기쁨은 지금 확연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2. 오랜만에 크블 농구를 보는데, 이건 정말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슛 못 넣는 거야 그렇다 쳐도, 5분도 안 되는 시간동안 턴 오버만 몇 개가 나왔다. 예전에 "야 임마, 나이가 몇 갠데 레이업을 못해.", "공이 뜨겁냐? 왜 안 잡아?"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