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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소소

시옷_ 2014. 8. 29. 13:05
1. 페이스북 알 수도 있는 친구 목록에 십 년도 더 전에 만났던 구여친이 뜬다. 함께 아는 친구도 하나 없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2. 지난 지방선거 때도 그렇고 이번 세월호 참사 때도 마찬가지로 아고라 글 퍼다 나르는 사람들 보면 일베 애들과는 또 다르게 어울리기 어려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근거라곤 없이 별★과 느낌표!!!만이 난무하는 그런 음모론을 믿고 "공유해주세요"란 말을 외칠 수 있는지 좀 신기하다. 일베 애들이 쿨병이 지나쳐서 병이 된 거라면, 이쪽 사람들은 너무 감정적이고 감정이입을 잘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고라와 깨시민들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그쪽 진영의 글들을 보고 있으면 왜 일베 애들이 그렇게 냉소를 보내고 조롱하는지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일베 반대편의 극단에 아고라가 있다.

3. 페이스북 친구들이 '좋아요'를 누르는 페이지가 나에게 보일 때가 있다. 마음에 안 드는 페이지도 많지만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는데, '정규재TV'만은 도저히 봐줄 수가 없다. 난 보수든 극우든 꼴통이든 그쪽 진영의 사람들을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신)혜식이 형이나 (변)희재나 하는 짓이 재미있어서 흥미롭게 지켜본다. 하지만 정규재만은 그러지를 못하겠다. 가장 야비하고 비열한 지식인의 전형이다.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침소봉대와 곡학아세로 점철된 정규재의 글과 말을 통해 학습한다는 게 한국 보수의 비극이다. 차라리 (젊은 시절의) 복거일을 공부하는 게 백 배는 낫다.

4. 글 쓰는 동료 가운데 이태훈 씨가 있다. 내 주변에서 가장 음악을 넓게 많이 듣는 필자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그런데 얼마 전 만났을 때 요즘 음악 듣는 게 재미없다고 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태훈 씨가 음악 듣는 게 재미없다니 진정한 음악의 위기다, 같은 드립을 치곤 했는데 난 지금까지 음악 듣는 게 재미없던 적이 없다. 특정 장르나 스타일이 재미가 없을 때가 있지만 그때는 다른 음악을 들으면 된다. 요즘 외국 인디 음악을 전처럼 그렇게 열심히 듣고 있지는 않다. 졸라 개인디도 찾아 들어야지 하던 욕심도 사라졌다. 어느 순간 그런 것에 회의가 들었는데, 흐름 정도만 놓치지 않으며 현장에서 한국 음악을 하나라도 더 듣는 게 의미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4-1. 그래서인지 요즘 퍼플에 가는 횟수가 급감했다. 이제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만 간다. 강명석 씨와 함께 유이하게 15% 할인해주는 손님이라고 사장님께서 누누이 강조하셨는데(물론 뻥일 것이다), 이제 15% 혜택도 없어질지 모른다. 사장님, 제가 알라딘 중고서점엘 자주 가다 보니 어느새 알라딘 최고 등급 회원이 되었네요.ㅠ

5. 스몰 오 좋다. 18gram도 괜찮다. 이사킥의 비극이다...

6. 불사조 인제 형이 새누리당 최고위원으로 뽑히면서 여러 드립들이 난무했는데, 개인적으론 좀 아깝게 생각하는 형이다. 지금이야 "뭥미?"란 소리가 절로 나오겠지만 자신의 야망대로 대통령이 됐어도 꽤 괜찮게 국정을 이끌어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끔씩 이상한 소리를 할 때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똑똑하고 합리적인 형이다. 물론 정권 교체에 지대한 공을 세워준 것만으로도 평생 업고 다녀야 할 형.

7. 야갤이나 불펜을 보면 vs 글이 난무하는데 대부분이 밸런스부터 맞지 않아 망글이 돼버리곤 한다. 예전에 야갤에서 봤던 주제는 아직까지도 생각이 나고 결정을 못할 정도로 밸런스가 훌륭했는데, 그대로 옮기자면 '이나영과 3개월 동거 뒤 입대 vs 군 면제'였다. 하- 이게 뭐라고 지금 봐도 고민이 되네.

8. 특별히 만화책을 사 모으는 사람은 아니지만 최규석의 '송곳'과 윤태호의 '인천상륙작전'은 꼭 사두려고 한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겨레 토요판에 실릴 때부터 만화책으로 나오길 바랐는데 이번에 완결이 됐으니 책으로도 곧 세트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한겨레에 이렇게 책으로 읽고 싶은 연재 꼭지들이 있다. 한명기의 '-420 임진왜란'이나 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을 특히 좋아했는데 재미도 얻고 지식도 얻고 교훈도 얻는다. 요즘 의식적으로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하고 있는데, 그래- 음악과 책만한 게 없지.

9.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홍대 주차장길에서 막걸리아저씨를 만났다. 밤길이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특유의 잘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을 쏟아냈다. 그를 처음 봤다는 동행인은 날 향해 "형님"이라고 외치는 소리에 내가 진짜 형인 줄 알았다고 한다... 존재를 까맣게 잊을 정도로 한동안 홍대에서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냥 나와 동선이 달라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활동(?)하다 오신 건지, 어쨌거나 오랜만에 모습을 봐서 좋았다. 오래오래 홍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10. 나 스스로 병이라고 생각을 한다.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시디가 이제 만 장은 훌쩍 넘긴 것 같다. 이제 그만해도 될 텐데 틈만 나면 알라딘엘 들르고 중고 시디를 검색한다. 난 큰 꿈이 없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저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에는 오직 한 장면밖에는 없다. 나이를 좀 더 먹고 은퇴(?)를 한 뒤 저녁나절에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 그때 내가 살고 있는 집이나 배경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저 평온하게 음악을 들으며 책만 읽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그러기 위해 이 많은 음반이 필요한 걸까 하는 생각을 요즘 부쩍 많이 한다. 곧 이사를 가야 하는데 공간의 문제도 있고. 요즘 같아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주든지 팔든지 하고 내가 즐겨 들을 만한 음반만 딱 천 장 정도로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막상 그때가 되면 아까워할 수 있겠지만.

10-1. 말은 이렇게 해놓고 요즘은 카세트테이프까지 모으고 있다.-_- 사실 내가 가장 갖고 싶은 카세트테이프는 내 주변인들이 학창 시절 만들었을 믹스테이프다. 누군가의 믹스테이프 선곡을 보는 일은 늘 설렌다. 그래서 [back to mine]나 [dj kicks] 시리즈를 좋아했던 것도 같고. 혹시 듣지 않고 방치돼있는 테이프를 주시면 식사 한 끼 대접하겠습니다. 굽실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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