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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소소

시옷_ 2014. 3. 28. 09:05
1. 고종석과 황현산의 책을 연이어 읽으니, (이들처럼)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2. 주전부리 가운데 꾸이맨을 좋아하는데, 비슷한 종류가 많다. 웃긴 건 그 유사상품들 모두 '꾸이'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꾸이꾸이, 꾸이랑, 꾸이롤, 오!꾸이까지. 최근에 신상인 듯한 오!꾸이를 먹어봤는데, 아- 먹는 순간 꾸이맨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왜 원조를 무시하고 한낱 호기심 따위에 져 이걸 두 봉지나 샀을까. 꾸이류의 생명은 바삭함과 고소함인데 이건 비린내까지 날 지경. 오늘은 꾸이맨과 화해하고 특급칭찬을 해줘야겠다.

2-1. 내가 인스턴트 주전부리에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게 팔도 일품짜장이다. 그동안 여기에도 몇 차례 썼고, 실제로도 가장 반응이 좋았다. 전에 동네에 있는 슈퍼마켓 두 곳에서 일품짜장을 살 때 그 곳 사장님 두 분이 마치 짠 듯이 "이거 맛있죠?"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얼마 전 이 얘기를 해줬더니 거짓말 하지 말라고 했던 작가 언니 한 명이 엊그제 맛을 보고는 나에게 감사인사를 보내왔다. 모두가 짜파게티라는 우물 안을 벗어나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 교화에 실패한 사람은 딱 한 명. 그 이름 이민희.

3. 음악가들과의 관계는 늘 어렵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음악가들과 특별한 친분을 나누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고, 뒤풀이 같은 곳엘 거의 가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처음의 결심을 지키고 있다. 그저 오며가며 인사하는 게 전부다. 물론 음악가들과 친하게 지내는 이들도 많다. 늘 함께 술을 마시고 공연 뒤에 뒤풀이를 하고 호형호제 하며 형제처럼 지낸다. 페이스북을 하다 보니 그런 관계들을 부쩍 많이 보게 되는데, 처음 내가 그런 결심을 했던 이유처럼 과연 그렇게 지내다 보면 해당 음악가의 음악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어제 함께 술을 마시고는 그 다음날 "이 음반 구림. 내가 앎"이라고 그 음악가의 음반 리뷰를 쓰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난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4. 최근 한 밴드의 새 음반이 정말 맘에 들었는데 이걸 그대로 좋다고 하기에는 좀 망설여지는 게 있다. 그 밴드의 멤버들이 평소에 보여주는 일베스러운 행동이나 사고 때문이다. 난 그 행동이나 사고까지도 '다름'의 범주에 넣고 싶지 않다. 늘 고민해왔던 부분인데 아직까지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어릴 때는 극우 블랙 메탈도 즐겨 듣곤 했지만 이젠 굳이 그런 음악을 찾아 듣고 싶지는 않다. 단순히 듣고 안 듣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음악을 추천하거나 배제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 곤란하다. 가령 음악을 끝내주게 하는 일본의 극우 밴드가 있다면 이를 (정치성과는 상관없이) 추천하는 게 맞는 것인가? 일단 문제의 그 밴드를 추천하긴 했는데 여전히 이게 맞는 건지는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5. 폴 매카트니 내한공연 소식이 들려왔을 때 한국에 폴 매카트니 인기가 이렇게 많나 좀 신기했다. 물론 비틀스의 후광이 컸겠지만, 폴 매카트니 솔로 시절의 노래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폴 매카트니 ㅎㄷㄷ"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좀 신기했다. 폴 매카트니 새 앨범이 나온다고 요즘 누가 그렇게 크게 관심을 갖나 싶은 생각도 들고.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공연 흥행도 난 좀 의구심이 든다. 정말 그렇게 잘 될까?

5-1. 미안한 얘기지만 폴 매카트니 같은 노장들의 새 앨범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물론 듣기야 하지만 그건 그냥 의무적으로 듣는 거다. 난 나이와 창작력의 상관관계를 믿는 편이고, 그래서 노장들의 앨범은 큰 기대 없이 거의 의리로 듣는다. 그 시간에 젊고 새로운 음악가들의 좌충우돌하는 에너지를 경험하거나 노장들이 젊은 시절 발표한 음악을 듣는 게 낫다. 한 카드회사에 근무하는 정아무개 씨는 젊은 음악가를 "울림이 작을 것 같"다고 폄하했지만 늘 예술계를 움직여온 건 그 울림이 작을 것 같은 젊은 예술가들이었다.<

6. 엠팍 같은 남초 사이트에서 임창정의 위상(이라 쓰고 과대평가라 읽는다)은 정말 불가사의할 정도다. 이건 뭐, 전성기 얘기 듣고 있으면 무슨 조용필 찜 쪄 먹을 지경이니. 왜 나에겐 임창정의 인기가 전혀 체감이 안 되었나 생각해보니 한창때 내가 군대에 있었던 것 같다. 나 군대 가있는 동안 임창정이 남자 애들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7. 제주도가 참 좋지만 그래도 안 좋은 게 두 가지가 있다면 1)교통편이 너무 불편하다는 거고 2)마을에선 개를 거의 풀어키운다는 거.ㅠ 앞으로도 제주도를 자주 다니려면 차가 필수일 것 같아서 정말로 운전 연수를 받아야할 것 같다(도련님(aka da20ill)이 얼마 전에 뽑은 자기 외제차로 연수시켜준다고 했다. 대인배다). 내 인생에서 전혀 계획에 없던 운전이 제주도 때문에 전면에 등장했다. 운전이야 그렇다쳐도 개는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니. 그동안 공격적인 개는 없었지만 어릴 때 겪은 개 트라우마 때문에 개라면 아주 질색인데.ㅠ 송아지만한 개들 풀어놓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

8. 창기 형의 <아직도>를 듣던 언니들이 이런 가사 싫다고 한다. 내 삶이 부정당한 느낌이다.

9. 어머니가 자주 쓰는 표현 가운데 "황새 울었다"라는 말이 있다. "이미 늦어버렸다, 가능성이 없다." 대충 이런 뜻을 담고 있다. 검색을 해보니 역시 충청도 지역에서 많이 쓰는 표현이라 하는데 어원은 찾을 수가 없다. 내가 쓰는 말 가운데 어머니가 자주 쓰는 말들이 꽤 있는데 난 이런 표현들이 정말로 좋다. 어원을 좀 알고 싶기도 하고. 어머니도 외할머니가 쓰던 말을 따라 쓰는 거라고 하는데, 이런 말들이 계속해서 대물림되기를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충청도 입말의 능청스러움이 우리 대에서 끊기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10. 지금 제 원고를 기다리고 있을 편집자와 담당자 분들. 혹시 이거 보고 '저 삼돌이 같은 새끼는 왜 글은 안 보내고 이딴 걸 쓰고 앉아있어.' 이렇게 생각을 하고 계실 수 있을 텐데 이건 전부터 틈틈이 써놓은 겁니다. 왠지 구차해보이지만 꼭 써놔야 할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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