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에게 남조선 음반들 가운데 단 한 장의 '여러 예술가들' 음반을 고르라면 이 앨범을 고를 것이다. (두 장을 고를 수 있다면 거기에 [겨울노래]를 더하겠다.) 이 앨범의 미덕은 앨범에 참여한 이들이 바로 얼마 후 한국대중음악사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을 만들어내는 주인공들이 됐다는 것이고, 또 그 거장들의 풋풋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 <너무 아쉬워 하지마>, <제발>, <비둘기에게> 같은 명곡들의 원석이 모두 이 앨범 안에 있다.
이 대단한 노래들 사이에서 개인적으로 애정하고 있는 노래가 바로 박주연의 이 노래이다. 훗날 작사가로 1990년대를 평정해버리는 박주연이지만 이 노래는 공식적인 그의 첫 레코딩 결과물이다.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랑에 빠진 한 어린 처자의 마음이, 그리고 처음 마이크 앞에 선 가수 지망생의 떨리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져서 좋다. 박주연의 노래 가운데 윤상과 함께 부른 <사랑을 할 때까지>도 좋아한다.